[World피플]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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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4년 1월 말 레바논 베이루트공항에는 폭죽과 총성이 울려퍼졌다. 이스라엘 감옥에서 풀려나 귀국하는 레바논인 23명을 환영하는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의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사진)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입니다"라며 군중에게 외쳤다.

같은 시간 400여 명의 수감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팔레스타인에서도 축제가 열렸다. 수년간의 이스라엘 공격에 저항한 끝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민간인 1명과 병사 유해 3구를 436명의 아랍 수감자와 맞교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나스랄라는 60년에 가까운 이스라엘과의 분쟁에서 투쟁으로 이스라엘에 잡혀간 아랍인을 구해낸 유일한 지도자였다.

2년이 지난 현재 아랍권 전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그 나스랄라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해 1000여 명의 이스라엘 내 아랍 수감자와 맞교환하자는 것이 헤즈볼라의 요구다. 그때의 승리를 기억하는 추종자들이 나스랄라의 지휘에 따라 전투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 전함에 미사일을 명중시킨 아랍 지도자가 있느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대공세에 맞서 우리를 위해 싸우는 정부가 있는가." 요즘 레바논 시아파 사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팔레스타인인들도 나스랄라를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에 가장 강력히 맞서고 있는 나스랄라에 대한 존경과 추앙은 단순히 그의 저항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허세를 부리거나 말만 앞서는 정치인이 아닌 민중 속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이끄는 헤즈볼라는 평시에는 구호단체로 활동한다. 시아파가 대부분인 추종자와 그 가족들에게 수술비.학비 등을 대주고, 학교.보육원.병원 등을 운영한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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