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학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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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베를린장벽이 무너지자 우리에게도 반가운「손님」이 찾아왔다.
동독의 베르크 아카데미와 드레스덴 공과대학에 유학중이 던 북한의 대학생 장영철, 전철우군이 서베를린을 통해 우리측에 귀순, 엊그제 서울에 도착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주말 베를린 장벽이 개방되자 서베를린으로 넘어가는 동독인사에 끼어 출국비자도 없이 자연스럽게 국경을 통과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감시의 눈을 피해 목숨을 걸고 아슬아슬하게 우리 쪽으로 넘어온 다른 귀순자들에 비해 비교적「순탄한 망명」을 한 셈이다.
물론 이들 북한 대학생들이 왜 귀순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체코에 유학 중이던 두 학생과 또 5월엔 폴란드에 유학중이 던 두 학생이 귀순해 밝힌 동기로 미루어 이들의 귀순동기도 대충 짐작은 간다.
체코 유학생이었던 김은철 군은 당시 한 수기에서 『북한의 대학생활은 견장만 달지 않았을 뿐 군대생활과 똑같다』고 했다. 비록 동구권이긴 하지만 북한에 비해「자유의 대기」를 마실 수 있었던 그들이 그 병영 같은 땅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 것이다.
북한 관계 자료에 따르면 북한 대학생들의 하루생활은 대학의 특성과 기숙사, 자가생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병영생활과 비슷하다.
아침6시∼6시30분 사감(아파트의 경우는 층장)의 벨 신호로 실시하는 기상도 기상시간이전에 일어나는 것은 상관없으나 그 이후에 기상하려면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할 정도다.
북한 정규대학의 1주일 수업시간은 대체로 40∼48시간으로 4년 누계 5천 3백 20∼5천 6백 시간이다. 이 가운데 각 대학 공통과목으로 되어있는 군사학이 9백60시간(입영 집체 훈련 1천80시간은 제외)으로 가장 비중이 높다.
여기에 노동당 투쟁사, 마르크스-레닌주의철학, 국제노동운동사 등 이른바 사상교육 과목이7백90시간이나 된다.
이밖에도 대학생들은 연간 10∼l2주의 사회주의 노동 일이 할당되어 있으며 졸업반은 생산현장에서 상당기간 육체노동에 참가하면서 졸업시험과 논문을 작성한다.
우리네 대학생활에 비하면 천국과 지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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