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체코, 불가리아, 강경 보수국 개혁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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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유럽국가들 중 그 동안 반 개혁 보수 입장을 완강히 지켜오던 동독·체코·불가리아에서 개혁조짐이 시간이 갈수록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베를린장벽의 개방이란 역사적 조치를 내린 동독정부는 새 내각구성에 있어 범 국민 연립내각을 표방, 재야 세력에까지 각료 직을 배분하고 사법부의 독립과 공민권 확대, 그리고 언론보도에 있어 당국의 간섭배제 등 파격적인 개혁조치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
35년간의 지프코프 1인 장기독재를 마감하고 개혁파 지도자 믈라데노프를 맞아 들여 새롭게 출범한 불가리아는 당 지도부를 보수파주도에서 개혁파위주로 대거 개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국내 반 체제세력들에 대해 아직도 강경 방침으로 맞서고 있는 체코당국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학생들의 시위를 정식 허용하는가 하면, 반국가 혐의로 체포된 반체제 운동가들을 하나 둘씩 석방하고 있다.
【베를린 UPI·로이터=연합】
동독은 15일 개혁주의자인 모트로프 신임총리의 연립내각제의에 따라 공산당을 비롯한 5개 정파가 권력 배분협상에 착수했으며 공민권의 대폭적인 확대계획이 마련되는 등 내정개혁작업에 착수했다.
정치소식통들은 이날 사회주의 통일당 (공산당)을 비롯한 자유민주당·기독민주당·민주농민당·국가민주당 등 5개 정파가 권력의 안배를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고 전하면서, 모트로프 총리는 이들 기존정파는 물론 재야인 농민그룹에 이르기까지 연립정부에서 각각 2개씩의 각료직을 맡을 것을 제안했으나 각 정파들이 더 많은 직책을 요구해 진통이 뒤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그프리트 비텐벡·법무장관은 이날 그 동안 동독에서는 사법부 독립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공민권을 부여하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는 반 국가사범을 다루는 법률의 개정을 통해 잘못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비텐벡 장관은 이날 공산당 기관지 노이에스 도이칠란트와의 회견에서 현재 정부는 동독최대의 재야단체인 신포룸의 주장까지를 참작, 40여가지 개혁안을 마련했다고 밝히고, 의회에서 심의 될 이들 계획은 공민권의 확대와 경제 및 정부기관들의 개혁지원을 위해 입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화조치와 관련, 매일당 중앙위로부터「이것을 쓰라」「이것은 쓰지 말라」등의 보도지침을 받아온 국영 ADN통신의 간부들은 최근 들어 상부로부터의 은밀한 보도지침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들 간부들은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3주전부터 보도지침이 꼬리를 감추었다면서 앞으로 ADN통신은 당의 하부기관에서 벗어나『모든 독자와 모든 정당, 그리고 모든 신문을 위해 서비스하는 보도기관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영TV도 변신했는데, 주요뉴스시간에 등장한 클라우스 시켄헬름 국장은 과거의 편파보도와 거짓보도에 대해 먼저 사과하며『앞으로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 할 것』을 다짐했다.
【프라하 로이터·AFP=연합】
체코슬로바키아 당국은 전면적인 여행자유화 조치를 취한데 이어 15일에는 나치 독일의 체코침공 당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17일의 학생시위를 허용했다.
체코 법원은 이에 앞서 14일 국민들에게 소련군의프라하침공 21주년을 기념하자고 촉구한 혐의로 구속된 재야인사 4명을 이례적으로 석방했다.
한편 체코국영 CTK통신은 브라티슬라바시 법원이 14일 재야운동가인 미로슬라프 쿠시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그가 국가이익을 해쳤다며 유죄를 인정했으나 선고를 유예 했다고 밝혔다.
또 프라하의 봄 당시 체코 인들이 사망한 장소에 꽃을 바치자고 선동한 혐의로 구속된 블라디미르 마나크, 한나 포니카, 안톤 세레키씨 등에게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소피아 AFP=연합】불가리아공산당은 l6일 당중앙위원회회의를 개최한다고 정통한 소식통들이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16일 믈라데노프를 신임 공산당서기장으로 선출한 것에 뒤이은 몇 몇 개혁파 정치국원들의 서열 상향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말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은 또 17일로 예정된 인민회의가 끝난 뒤 대대적 내각개편이 단행 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관측통들은 이번 회의를 믈라데노프가 당내 보수파에 대한 우세를 확립하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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