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2 제헌선 확보 실패로 연정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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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프리카 최후의 식민지 나미비아의 독립을 위해 지난 7일 실시된 총선 결과 사회주의 인민해방기구인 SWAPO(남서아프리카인민기구)가 예상대로 압승은 거두었으나 단독헌법기초에 필요한 3분의2 (수석) 이상 확보에는 실패해 파란이 예상되고 있다.
86%의 개표가 완료된 15일 현재 SWAPO는 전체의석 72석 중 41석을 얻었고 SWAPO의 최대 라이벌인 민주턴할레동맹 (DTA) 은 유효표의 25%를 획득, 21석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l2월 남아공과 앙골라·쿠바 등 3개국이 남아공의 나미비아통치를 불법으로 규정한 유엔 결의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브라자빌의 정서에 합의함으로써 실시된 것이다.
지난 1884년부터 독일영 서남아프리카로 출발했다가 1차 대전에서 독일이 패배, 남아공의 지배에 들어가는 등 지금까지 통산 1백5년 동안 식민통치를 받아온 나미비아 독립이 갖는 의미는 실로 크다.
우선 남아공의 반체제 인사들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백인 보수 층에게는 백인의 흑인지배가 더 이상「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위기감을 심어주었다. 또 그 동안 남아공의 강력한 군사력에 시달려온 주변국가들은 나미비아라는 완충지대가 탄생함으로써 남아공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위협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SWAPO가 단독헌법제정에 필요한 3분의 2의석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군소 정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백인계층의 특권철폐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SWAPO와 자본주의체제를 표방하고 있는 DTA가 연정을 시도할 경우 정책노선과 목표에서 잦은 분규를 일으킬 수밖에 없어 독립이 지연되는 사태가 야기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또한 10개의 의석을 차지한 군소 정당이 복잡한 인종을 대변하고 있어 이들과의 조화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독립 나미비아정부를 이끌어 갈 SWAPO의 샘누조바 의장이▲낙후된 경제 ▲외국자본에의 종속 ▲인종간의 갈등 및 남아공으로부터의 위협을 여하히 극복해 갈지 주목되고 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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