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의원처리 협상 막후채널 총동원|어느 수준서 어떻게 진행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호용의원 사퇴문제 등을 둘러싼 여야간의 막후협상이 한창이다.
최근 박철언 정무장관이 3김 총재의 의견을 직점 확인한 것처럼 흘러 어느 수준의 막후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관심거리.
특히 박장관 발언 이후 야3당은 5공 청산 가능성에 대해 일제히 긍정적인 신호를 포착한 것처럼 주장해 야3당이 저마다 내밀히 막후채널을 가동중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야3당은 협상 라인이나 진행정도가 드러나는 것을 극력 삼가고 있어 막후의 움직임은 지극히 잠행적이며 각 당내에서도 극소수의 핵심측근들만이 감을 잡고있는 실정이다.
야당 측의 접촉경로를 보면 주로 여권실세인 이춘구 사무총장 쪽에 막후협상의 채널을 맞추고 있는데 박철언 정무장관의 대야 막후접촉은 이와는 독자적인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 민정당의 협상라인이 이총장, 박장관으로 2원화 돼있는지, 아니면 박장관은 청와대측 밀명에 따른 직통라인인지에 관해 여러 가지 추측이 만발하고 있다.

<총무로 창구 통일>
○…평민당의 협상창구는 김원기 총무로 단일화돼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총무 외에 최영근 부총재·권노갑 의원 등과 이재근 총장 등이 부분적으로나마 거들고는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역시 협상전권은 김총무가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월 「중평연기·정호용 의원 처리」라는 비밀각서도 김-김라인(김윤환-김원기)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후문.
김총무는 지금도 이 라인을 통해 여측의 의중을 타진하고 있으나 새로이 여권의 핵심인 민정당 이춘 구총장과 새로운 협상창구를 가설하고 여권의 또 다른 실세인 박철언 정무장관 등과도 자주 접촉을 하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
김대중 총재는 몇 달전 박장관과 직접 만난 일이 있었는데 박장관의 헝가리 방문 전에도김대중 총재와 밀담을 나눴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평민당이 5공 청산에 있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물론 정의원의 사퇴이나 또 하나 내놓고 표는 안내도 김총재의 공소취소문제에 상당한 집착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3명이 임무 분담>
○…민주당의 협상 채널은 외형상으로는 김동영 총장·이기택 총무의 공식라인으로 되어있지만 황병태 총재특보가 깊숙이 개입하고있고 김총장도 바로 막후교섭을 벌이고 있다.
이들 3자는 물론 역할분담이 돼있다. 김총장이 민정의 이총장을, 이총무가 민정 이한동 총무를, 그리고 황특보가 박정무장관을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김총장은 근래 들어 낙관적인 전망을 감추지 않는 편이다.
워낙 내색을 않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지난주 중 민정 이총장과 비밀회동을 가진 뒤 『여권의 속뜻을 확실히 전달받았다』고 총재에게 해결가능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총장은 이때 『이총장 자신이 「마무리를 지은 뒤 총장직을 떠날 것」이라는 각오를 표했다』고 보고했다는 후문이며 중진회담이 끝난 뒤 『다음주쯤 예결위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진전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김총장은 9일에도 평민당 김원기 총무·이재근 총장 등과 모처에서 회동했고 10일 중에도 민정 이총장과 개별접촉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황특보는 본인은 부인하지만 박장관을 여러 차례 접촉, 긍정적인 반응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박장관은 김영삼 총재와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주당 측은 이를 부인. 그러나 여권의 고위당직자는 박철언 발언이 있은 직후 불쾌한 표정으로 『박장관이 만난 건 민주당쪽』이라고 해 김-박회동을 시인.
민주당 협상팀들은 이 같은 기조하에 「노대통령의 유럽순방 중 부재」를 대타협의 「적기」로 추측하고 있는데 이미 여권 내에 백담사 및 정의원 전담팀이 구성돼 마무리작업을 가동중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총재가 『5공 청산은 확실히 될 것』이라고 유달리 자신감을 표하고 있는 것이나 9일 한 고위당직자가 『대세가 기울었음을 장담한다』고 공언한 것 등에 비추어 볼 때 민주당의시각은 타결 쪽에 높은 가능성을 두고있는 인상이다.

<특수라인 안보여>
○…공화당은 사무총장·총무·정책의장 등 당공식채널외에 비밀채널로 부각되고있는 특수라인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김용채 총무가 민정 이총무와 회동 뒤 『그 쪽에서 시간을 달라고 하더라』고 밝히고있고 최각규 총장도 민정 이총장으로부터 『연내 5공 청산이 될테니 기다려보자』라는 말을 전하고 있는 정도다.

<김용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