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에 금자탑 쌓으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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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김덕보 대형의 영전에 머리 숙여 통곡하며 당신의 넓고 깊은 발자취가 이제 거두어졌음을 안타까워합니다.
김덕보 회장은 문화·공보행정에 몸담고 있을 때나 방송계와 광고계를 개척하실 때나 항상 우리들의 너그러운 형님이셨으며, 언제나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인대도하신 장자이셨습니다.
넉넉하지 않아도 여유를 지니셨고 사심 없이 주변의 어려운 일을 해결해주신 안식처이셨습니다. 언제나 너그러운 미소로 후배들을 대해줬고 동료와는 두주를 불사하는 호걸이셨습니다.
이제 모든 언론인과 광고인은 그의 그늘이 얼마나 넓었는지 새삼 아쉬워집니다.
김덕보 회장.
당신은 건국 초기의 문화·공보행정을 궤도에 올려놓으신 성실한 관료로서, 또 동양방송과 중앙일보의 개국·창간이라는 찬란한 언론사의 금자탑을 쌓은 장인으로서, 나중에는 이 나라 광고업계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역군으로서 우리들의 기억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병중에서도 항상 이 나라 방송의 앞날을 걱정하셨고, 동료·후배들의 안부를 물으셨던 당신은 이제 당신이 키운 후배들이 각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눈을 감으셨을 것입니다.
당신을 여읜 동료·후배들은 어려운 고비마다 큰 힘이 되어준 당신의 도움을 아쉬워합니다.
이제 우리는 누구를 믿고 마음을 연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아득한 생각이 듭니다.
불초 아우가 10월 하순 문병을 드렸을 때 이제 쾌차하면 골프나 같이 치자던 그 말씀이 마지막인사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김덕보 대형.
그러나 안심하십시오. 그리고 언제나 후덕한 그 모습대로 저 세상에서 평안히 잠드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뿌린 씨앗은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무성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김덕보 회장의 영전에 머리 숙여 당신의 가심을 충도하며 후생들의 애끊는 사랑을 바칩니다.

<태평양그룹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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