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출신작가 이시구로의 부커상 수상작|『그날의 유산』사고 영문단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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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국귀족사회 전통을 비난, 그들의 자존심을 꺾어놓은 일본계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씨(사진)에게 영국최고권위의 소설상인 부커상이 돌아가 영국문단이 술렁이고 있다.
수상작인 『그날의 유산』은 은퇴한 한 집사의 말년을 그린 소설이다.
1956년 은퇴한 집사 스티븐슨은 영국서부를 자동차여행하며 주인을 위해 봉사해 온 자신의 한평생을 반추한다.
그러다 결국 자기가 이제껏 생각해왔듯 주인의 삶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전통적 의무와 복종관계를 끊임없이 회의해왔던 자신이야말로 신사중의 신사임을 깨닫는다.
이시구로씨는 『전년도 이 상의 수상자인 샐먼 루시디에게 영광을 돌린다. 회교도에게 위협 당하면서도 「악마의 시」를 저술한 루시디가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며 수상의 영광을 회교도의 암살위협을 피해 은둔중인 루시디에게 돌렸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 출생인 이시구로씨는 1960년 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에 이주, 눌러 살고 있으며 82, 86년 각각 발표한 소설 『황량한 언덕위 풍경』『부유하는 세상의 한 예술가』로 부커상 수상후보에 올랐던 저력 있는 작가다.
부커상의 한 심사위원은 『유머와 페이소스를 지닌 인상적인 인물을 창조, 계급·전통·의무 등 영국에서는 다루기 성가신 주제의 영역을 확대시켰다』며 『이 작품을 좋아할 영국인은 드물겠지만 세계적으로는 칭찬받을 만한 작품』이라고 『그날의 유산』을 평했다.
한편 은둔중인 루시디는 이 소설의 주제에 대해 『주인과 하인의 유대의 전통은 이제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됐다. 이 소설은 위대함·고상함·영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줬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한 평론가는 『1960년 영국에 도착한 작가가 어떻게 그 이전 영국의 집사생활과 전통을 제대로 알 수 있단 말인가. 전통의 오해로 인한 독자의 오염은 작가가 책임져야 한다. 작가는 체험에 의해 정확히 써야한다』며 이 작품이 영국전통을 오해하고 있음을 비난했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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