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 외부압박에 내부 불안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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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자 어디에 있든 결판을 낼 것이다'라는 구호 아래 주먹으로 미군을 내려치는 선동적 광고판이 걸려 있는 평양시 영광거리. 5월 본지 취재팀이 촬영한 사진이다. [중앙포토]

북한 정권의 위기지수가 치솟는 것은 단지 외부의 압박 때문만은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을 겨냥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외부 요인이라면, 북한 체제 자체의 불안정성은 내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 권력 2인자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끊임없는 견제와 여기서 비롯되는 막후 갈등, 주민에 대한 통제력 이완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북한의 위기지수를 한껏 높이고 있다.

◆ 아무도 못 믿는 김정일=김 위원장의 매제이자 한때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이 올해 3월 중국을 방문하고 평양으로 돌아간 직후 베이징(北京) 외교가에는 "또다시 붙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올 초 복권된 장성택과, 2003년부터 그의 숙청을 주도했던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 간에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됐다는 것이다.

노동당은 장성택이 좌천된 직후인 2004년 11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마쳤다. 당 중앙위원회 전체 인력의 40%가 물갈이됐다. 장성택의 자리는 이제강이 채웠다. 하지만 올 초 상황이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수도건설부 1부부장으로 복권된 장성택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2인자 다툼의 가장 큰 배경은 바로 김 위원장이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권력 유지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당초 매제인 장성택을 견제하기 위해 이제강 부부장을 중용했다가 어느새 이 부부장의 힘이 부쩍 커지자 다시 장성택을 불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장성택과 이제강을 상호 견제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2004년 말 평양 주민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 작업, 지난해 초 국제전화선 폐쇄 조치 등도 따지고 보면 김 위원장의 불안감에서 비롯됐을 공산이 크다.

◆ 노출된 민심에 내부 옥죄기=국제사회의 대북 물자 지원 등과 함께 밀려드는 외부 정보로 북한 민심도 예전같지 않다. 평양 인근의 주민들이 유리 대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바람막이는 남한의 쌀과 밀가루 포장용 비닐 부대다. 한 소식통은 "지방에 가면 농가 창문에 '대한민국'이란 글자가 인쇄된 쌀부대가 뚜렷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함경북도 2개 군에서 발생한 보안서 두 곳의 무기고 탈취 사건과 산발적으로 뿌려지고 있는 반(反)김정일 전단 등도 북한 사회의 또 다른 균열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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