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낮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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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집을 살 때 내야 하는 취득세.등록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기존 주택은 2.5%에서 2%, 분양 주택은 4%에서 2%로 낮춘다. 침체된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몇 년 새 주택 거래 때 붙는 세금이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주택 거래가 활기를 찾을 것 같지는 않다. 7억원짜리 집을 사면 취득세.등록세가 300만원 남짓 줄어든다고 한다. 정부 스스로 자랑한 '세금 폭탄'에 비하면 경감액이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게다가 얼마 전 취득세.등록세의 과세 기준이 실거래가의 60~80%에서 100%로 올라가면서 세금이 늘어난 점을 생각하면 이번 조치는 '많이 올린 뒤 깎아주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

문제는 당정이 계속 번지수를 잘못 짚는다는 점이다. 주택 거래가 부진한 것은 취득세.등록세보다 양도소득세 때문이라는 게 시장에선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도 양도세는 성역으로 놓아두고, 곁가지만 건드리면서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거듭된 정책 실패로 집값이 과도하게 올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당연히 부동산 대책의 목표는 집값 안정이어야 하고, 그러려면 매물이 많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대폭 올린 것도 과세 대상자를 골탕 먹이자는 게 아니라 세금을 낼 여력이 없으면 집을 매물로 내놓으라는 취지의 정책이다.

하지만 집을 파는 게 쉽지 않게 돼 있다. 엄청난 양도세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마치 보유세로 앞문을, 양도세로 뒷문을 틀어막고 불을 지른 형국이다. 최소한 뒷문은 열어줘야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오고, 매물이 늘면서 집값도 떨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날 게 아닌가.

주택 거래를 늘리고, 집값도 안정시키려면 양도세 부담부터 덜어주는 게 순서다. 특히 집 한 채 갖고 오랫동안 살고 있는 1가구 1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면서 징벌적 양도세를 매겨서는 곤란하다. 정부의 목표가 집값을 잡는 것이지 집주인을 잡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