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짱 홈런 드라마' … 일본 열도 푹 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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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승엽의 한.일 통산 400, 401호 홈런 달성 기사를 대서 특필한 일본 신문들이 2일 도쿄 신주쿠의 한 신문가판대에 진열돼 있다. [도쿄=연합뉴스]

"기록에도, 기억에도 남는 극적인 홈런이었다."-스포츠 닛폰

"(드라마처럼 극적인) 확실한 '이승엽 극장'이 펼쳐졌다."-스포츠 호치

"이승엽은 세계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가 홈런을 계속 때려낼 것이다."-산케이 스포츠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런 드라마에 일본 언론들이 극찬을 쏟아 놓았다. 또 자이언츠 구단에서는 특별격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그 액수는 기요하라(2000안타), 구토(200승)의 전례로 볼 때 2000만 엔(약 1억7000만원)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일자 일본 신문들은 개인통산 400, 401호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의 소식으로 온통 도배를 했다. 이 경기가 요미우리-한신 타이거스의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라이벌 카드였고, 이승엽의 홈런 두 방이 모두 1회와 9회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다는 것, 상대투수가 일본 최고의 좌완투수라고 할 수 있는 이가와였다는 점에서 더 흥분할 만했다.

요미우리 계열의 스포츠 호치는 "기념비적인 홈런을 극적으로 장식한 '주포'의 활약으로 팀의 나쁜 흐름이 바뀔 것이다"이라고 분석했다. 스포츠 호치는 또 "400호 홈런을 때리고도 웃지 않았던 이승엽이 끝내기 홈런을 친 뒤 비로소 팀 동료의 품에 안기며 활짝 웃었다"고 보도, 이승엽을 개인의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팀의 승리를 소중하고 값지게 생각하는 진정한 승부사로 표현했다.

산케이 스포츠는 "이승엽이 이 홈런으로 명실공히 세계의 강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며 이승엽을 세계 수준의 홈런 타자로 확실히 인정했다.

2일에도 시즌 34호(통산 402호) 투런 홈런을 날리자 '승짱'에 대한 일본 야구팬들의 열광은 극에 달했다. 한국 야구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일본 야구팬들이 이승엽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당연히 일본 홈런 1위를 달리는 실력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하지만 실력에 못지않은 겸손함과 성실함이 일본팬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승엽이 "절대 혼자 웃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4번 타자"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조용하고 겸손한 강타자"라며 그의 성품에 대한 칭찬을 빼놓지 않는다.

특히 요미우리 팬들은 완전히 이승엽에게 매료됐다. 부진한 성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구단에 거의 유일하게 힘을 불어넣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일 경기 이후 요미우리 팀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졌고, 응원단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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