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 부시 대북 인식 큰 차 9월 회담서 더 악화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이 중국을 활용해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희망사항(wishful thinking)에 불과할 뿐이다. 중국의 대북 지렛대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1기 집권 시절 국무부에서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는 지난달 31일 "중국이 유엔의 대북 결의에 동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압박하고 나설 걸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 문제를 자기 국익과 동북아 전략 차원에서 다룰 것이므로 미국 뜻대로 따라주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8년간 근무했던 그는 "미국에는 대북 로드맵(단계적 해법)이 없다"며 "미 행정부는 동맹국인 한국과 협의해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는 로드맵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9월에 열린다고 하지만 두 정상의 대북 인식이 너무 달라 회담이 양측의 간격을 더욱 벌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 관계를 어떻게 보나.

"부시 대통령과 노 대통령은 대북 접근법이 너무 달라 그간 대화가 잘 안 됐다. 이견이 자꾸 노출되고, 그게 쌓이다 보니 신뢰에 금이 가는 상황까지 왔다. 9월 정상회담에서 서로 다른 얘기만 하다 끝나면 안 하는 것보다 못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은 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 것인가.

"북한은 아마 부시 행정부가 교체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인 것 같다. 부시 정부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이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하는데 그건 6자회담을 기피하기 위한 핑계로 보인다. 미국도 대북 압박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문제다. 제재만으론 북한 핵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

-미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북한 역사를 보라. 제재엔 단련돼 있다. 문제를 외교로 풀어야 한다. 미국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북한에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협상의 여지가 생긴다. 외교 형식보다는 뭘 가지고 협상할 것인지, 그 내용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더 강행할 경우 미국은 대북 선제공격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나.

"그건 위험한 발상이다. (강경파인) 딕 체니 부통령도 반대한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큰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

-한국과장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은 북한 문제를 협상으로 풀려고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 국무부와 백악관의 생각이 딴판인데 되는 일이 있었겠는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경우 대통령이 싫어하는 걸 할 사람이 아니므로 요즘 국무부엔 그런 애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외교다운 외교가 없다는 게 국무부의 문제다."

워싱턴=이상일.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