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8·15 통일축전도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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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집중호우의 피해로 '아리랑 축전'에 이어 '8.15 통일축전 남북 공동행사'도 취소키로 했다. 이번 8.15 통일축전은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회는 1일 남측위원회에 보낸 전문에서 "폭우 피해로 8.15 축전을 치르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이를 취소한다"며 "북측의 여러 지역에서 수해 복구를 위해 많은 인민이 동원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6.15 민족공동위원회의 당면한 활동 방향과 관련한 협의는 차후 시기와 장소를 정해 진행하는 것으로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북측이 밝힌 당면한 활동 방향과 관련, 6.15 공동준비위원회 남측 관계자는 "북측이 수해 복구에 남측의 지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아리랑과 8.15 행사를 잇따라 취소한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행사 취소 결정은 수해 이외의 배경도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고유한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준전시적인 위기 속에서 수해가 겹치고, 남측이 21일부터 을지포커스 훈련을 하기로 해 축제를 할 상황이 아니라고 종합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잇따른 행사 취소가 남측과 국제사회의 지원 기대와 함께 북한 내부의 긴장 조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최근 경색 국면에 빠진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됐던 8.15 행사가 취소됨에 따라 당국은 물론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도 당분간 끊기게 됐다.

정용수.신은진 기자

◆ 아리랑 축전은=북한이 주민들에게 체제의 정통성을 심어주기 위해 2002년 김일성 주석 90회 생일을 기념해 기획한 공연으로 연인원 10만 명이 참여한다.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지난해엔 7000여 명의 남측 관광객이 관람했다.

◆ 8.15 통일축전은=남북 민간 단체들이 6.15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2001년부터 8.15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열어왔다. 지난해부터는 양측 정부도 참여했으며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가 현충원에 참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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