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이 가짜라고 하기에 하도 기가 막혀 줄기세포 내줘"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 황우석(얼굴) 석좌교수가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자신이 올해 5월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에 대한 MBC 'PD수첩'의 검증이 잘못됐다고 지인을 통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황 교수는 1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PD수첩에서 줄기세포가 가짜라고 해서 '아무거나 가져가라'고 했으나 처음에는 가져가지 않다가 다시 와서 다섯 개를 줬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며칠 뒤 PD수첩이 검사 결과를 가져왔으며 PD수첩 측이 '네 개는 부서졌고 한 개는 다르게 나왔다. 이 한 개를 다른 전문가에게 맡겼더니 판독불능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줄기세포 네 개는 변질됐거나 손상돼 DNA를 추출할 수 없었고 나머지 한 개에서도 DNA가 일부 나왔으나 체세포의 주인공과 일치하는지를 따지기 힘든 상태였다는 것이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환자의 점막.피부 등에서 뽑은 체세포의 핵을 난자에 넣어 만든다. 이렇게 만든 줄기세포의 DNA가 체세포를 제공한 환자의 머리카락 뿌리(毛根)세포의 DNA와 일치해야 진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로 인정받는다.

PD수첩은 지난달 28일 MBC 최문순 사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황 교수가 만든 다섯 개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중 일부가 체세포 제공자의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황 교수가 만든 줄기세포 중 일부가 가짜라는 뜻이다.

황 교수는 지인에게 "PD수첩이 우리 줄기세포가 가짜라고 하니까 하도 기가 막혀서 줄기세포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짜 주장에 대해 강한 어조로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부인했다고 한다.

황 교수나 황 교수팀은 아직까지 PD수첩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PD수첩 측이 검증 결과를 알려주고 2차 검증을 하자고 제의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황 교수 주변에서는 황 교수와 그의 팀이 논문을 게재한 사이언스를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교수와 통화한 지인은 "황 교수가 줄기세포를 내준 것 때문에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로부터 항의를 받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안규리 교수가 '미국에 가서 미안하다는 소리만 하고 왔다'고 했는데 아마 비슷한 이유인 것 같다"며 "황 교수 입장에서 뭘 내놓으면 사이언스에서 불쾌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D수첩의 프로그램 제작방향이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황 교수팀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대신 정부나 언론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설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황 교수는 통화에서 "팀원들에게 정부와 언론에 정확한 정보를 주라고 했다. 안규리 교수에게도 '여러 사람 만나기 싫으면 기자들 만나 다 까놓으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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