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백 식사, 살 안 찌는 이유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황제다이어트와 같은 고단백 식사가 배고픔을 억제하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규명되었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의 질 미티에 박사는 고단백을 섭취하면 소장(小腸)에서 포도당 생산을 자극해 포도당이 많이 만들어지고 이를 감지한 간(肝)이 만복(滿腹)임을 뇌에 알려 식욕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쥐실험을 통해 알아냈다고 영국의 BBC인터넷 판이 9일 보도했다.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배고픈 느낌이 줄고 따라서 음식을 덜 섭취하게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것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고있다.

미티에 박사는 미국의 의학전문지 '세포 대사(Cell Metabolism)' 11월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일단의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엔 콩단백질, 카세인 등으로 농축된 단백질이 50% 함유된 먹이를, 나머지 그룹엔 탄수화물이 대부분이고 단백질을 17%가 함유된 먹이를 각각 준 결과 불과 1주일만에 단백질 그룹 쥐의 식사량이 탄수화물 그룹 쥐에 비해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1주일 동안의 체중증가도 단백질 그룹 쥐들이 훨씬 적었다.

미티에 박사는 단백질 그룹 쥐에게 준 먹이에는 쥐들이 좋아하는 것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주어진 먹이가 싫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했다.

미티에 박사는 혈액분석 결과 단백질 그룹 쥐들은 소장에서 포도당을 합성하는 데 관여하는 두 유전자가 탄수화물 그룹 쥐들에 비해 훨씬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먹이가 완전히 흡수된 후에도 단백질 그룹 쥐들의 소장은 소화기관 등으로부터 간으로 연결되는 혈관인 문맥(門脈: portal vein)을 통해 상당한 양의 포도당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단백질 그룹 쥐들은 간에 있는 포도당 센서가 식욕을 조절하는 뇌부위에 포도당이 증가했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배고픔과 식사량이 꾸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미티에 박사는 밝혔다.

이는 단백질이 식욕을 억제하는 소화기관과 중추신경계간의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미티에 박사는 지적했다.

미티에 박사는 단백질이 어떻게 소장의 포도당 합성을 촉발하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포도당 생산 유전자를 자극하는 '고리(cyclic) AMP'라고 불리는 세포 내 화학물질을 방출시키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