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부터 보여준 추신수, "첫 안타 늦어져 부담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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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뒤 더그아웃에서 축하를 받는 추신수 [뉴스1]

KBO리그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뒤 더그아웃에서 축하를 받는 추신수 [뉴스1]

프로야구 SSG 랜더스 추신수(39)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에 온 뒤로 그가 가는 곳마다 수많은 취재진과 팬이 몰렸다. 추신수의 말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화제에 올랐다.

시범경기가 시작된 뒤로는 매 타석 결과에 시선이 집중됐다. 추신수의 안타 하나, 타점 하나, 도루 하나가 전부 뉴스였다. 메이저리그(MLB) 16년 경력의 베테랑 선수에게도 조금은 버거운 상황이 개막 직전까지 이어졌다.

추신수의 마음은 정규시즌 개막 이후 더 무거워졌다. 그는 KBO리그 첫 3경기 13타석에서 볼넷 두 개만 고르고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한창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 시기에 SSG와 계약하고 한국으로 건너오느라 평소 루틴대로 시즌을 준비하지 못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리그에 완전히 적응하려면 아직 시간도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시즌 첫 안타가 3경기 연속 불발되자 추신수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추신수 자신의 부담감도 점점 커졌다.

다행히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추신수는 4일 한화 이글스와 인천 홈경기에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그는 1-0으로 앞선 3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닉 킹험의 초구 체인지업(시속 137㎞)을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KBO리그 첫 안타, 첫 홈런, 첫 타점, 첫 득점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한 방이었다.

추신수는 경기 후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첫 안타가 나와 다행이다. 아무래도 'MLB에서 온 선수'를 향한 기대치가 높지 않겠나. 빨리 안타를 쳐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컸다"고 고백했다.

추신수는 또 "안타가 나오지 않을 때도 감각을 찾으려고 스윙을 많이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좋은 타구를 만드는 것'까지다. 잘 맞은 타구가 범타가 됐을 때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이날 1회 수비 때부터 다리에 미세한 통증을 느꼈다. 2회 수비 때 슬라이딩을 한 뒤로는 무릎이 시큰거리는 증상으로 번졌다. 그는 "잠시 감독님께 교체를 요청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이 정도 통증은 참고 뛰었다. 팀에 폐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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