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앞둔 20대 여성 턱 교정수술후 사망

중앙일보

입력

결혼을 앞두고 종합병원에서 턱 교정 수술을 받던 한 20대 여성이 수술 직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평소 음식을 씹을 때 턱에서 소리가 나는 등 불편을 겪어오던 박모(27.여)씨가 턱 교정을 위해 인천의 모 대학병원을 찾은 것은 작년 9월.

'턱이 어긋나 있어 근본적 치료를 위해서는 턱 교정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병원 주치의 설명에 따라 이씨는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한 달에 1∼2번씩 거의 1년 가까이 치아교정치료를 받아온 박씨는 마침내 지난 8월1일 3∼4시간에 걸친 턱 교정 수술을 받았다.

주치의도 '수술이 성공적'이라고 말해 박씨와 가족은 모두 안도했으나 문제는 이날 저녁부터 일어났다.

전신마취가 덜 깬 박씨는 목에 끼는 짙은 가래를 혼자 힘으로 뱉지 못해 자꾸 목에 괴기 시작했고, 자정께부터는 가슴의 답답한 증세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박씨 가족들이 간호사에게 '석션'(공기흡을 통해 침 등을 제거하는 것)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요청했으나, 담당 간호사는 "심장박동, 혈압 등이 정상"이라며 가족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점점 상태가 심각해진 박씨는 다음날 새벽 6시께 화장실을 다녀온 뒤 침대 위에 올라가 눕던 도중 혼절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병원 기도절개팀이 소집돼 기도를 절개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박씨는 곧 뇌사상태에 빠졌고, 두달 여 간 치료를 받던 중 지난 4일 정오 무려 끝내 숨졌다.

유족들은 "환자가 여러 차례 숨쉬기 어렵다, 고통스럽다고 호소했음에도 담당의사는 밤새 한 번도 와보지 않았다"며 박씨의 죽음은 전적으로 병원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박씨 아버지(55)는 "병원측은 딸이 쓰러지고 나서도 20여 분이 훨씬 지나서야 기도를 확보했다"며 "20여 분 간 숨막혀서 식물인간 안될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특히 "병원측 주치의가 처음에는 잘못된 부분을 어느 정도 인정하더니 이제는 '최선을 다했다', '어쩔 수 없었다'며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있다"며 분노했다.

이에 대해 병원측 관계자는 "현재 박씨의 사망원인을 주치의 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다만 수술 자체가 성공적이었고 병원 의사들도 응급조치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15년 간 사귀어 온 원모(34)씨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이런 변을 당해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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