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책동네] 젊은 그들은 어떤 신념에 이끌렸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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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잔 최(34.사진)의 두번째 소설 '미국 여자'(American Woman)가 화제다. 뉴욕 타임스의 경우 지난 5일자 북리뷰 표지에 그녀의 작품을 올렸다.

소설은 70년대 미국의 신문 재벌 허스트 그룹의 상속녀 패티 허스트의 납치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 패티는 74년 캘리포니아의 극좌 반정부단체인 '심비오니스 해방군'(SLA)에 납치됐다. 당시 19세였던 그녀는 이들의 이론에 세뇌당했으며 이 후 SLA의 후계자로 떠받들어졌다. SLA는 어느 날 로스앤젤레스에서 은행을 털다가 경찰과 맞서 단원들 대부분은 사살됐고 패티는 붙잡혔다.

수잔은 이 사건을 소재로 삼아 당시의 젊은이들이 왜 급진 좌파운동에 빠져들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고뇌와 갈등은 무엇이었는지 심도 있게 다룬다.

"어느 날 패티 허스트의 회고록을 접했어요. 본래 납치나 유괴는 소설에 흥미로운 소재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98년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다. "패티의 회고록을 다 읽었지만 그녀가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재벌의 딸이 좌파 혁명조직에 납치된 후 그들의 주장에 동화돼 가는 과정이 분명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SLA의 핵심 인물이었던 웬디 요시무라의 책을 찾아 읽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날 확 잡아끌더군요. 젊은 일본 여자가 왜 미국에 와서 자신의 정치적.도덕적 신념을 위해 모든 걸 던지게 됐는지 한번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결국 '미국 여자'란 소설은 요시무라(소설에선 제니 시마다)라는 일본 여자를 모델로 한 것이다. 제니는 파괴적인 활동으로 정부 전복을 목표로 삼는 조직에 충실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생물적.물리적 한계 속에서 조직원들과 고뇌하고 갈등하는 모습도 보인다. 스물다섯살인 시마다는 자신을 이곳으로 끌어들인 보스를 애인으로서 흠모하기도 하며, 이런 점에선 혁명을 꿈꾸는 좌파운동가들의 사랑 얘기도 담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교수)와 러시아계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난 수잔 최는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예일대(영문과)와 코넬대 대학원(문예창작과)을 마친 뒤 95년부터 이번 소설을 내기 전까지 문화생활 주간지 '뉴요커'에서 일했다.

"아웃사이더들의 세계에 관심이 많아요. 그들의 독특한 시각으로 미국이란 사회를 들여다 보고 싶거든요."남성 전문잡지 '디테일스'의 기자와 올해 결혼한 그녀는 뉴욕 브룩클린에서 살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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