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SH가 공급한 공공주택 중 '진짜'는 절반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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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장기공공주택 유형별 재고 현황(2020년 기준). 경실련 제공

SH 장기공공주택 유형별 재고 현황(2020년 기준). 경실련 제공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공급한 서울시 공공주택 가운데 실제 저렴한 임대료로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진짜 공공주택'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0일 SH 장기공공주택 보유현황 실태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공공주택 22만3000호 중 57%인 13만2000호는 가짜·짝퉁"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SH 공급 공공주택 중 가짜 공공주택인 임차형이 3만1000호(장기안심 1만2000호, 전세임대 1만9000호)로 전체의 13%를 차지했다. 특히 매입임대는 9만5000호로 전체의 4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경실련은 "나라 주인인 국민은 공공이 장기간 보유하면서 저렴한 임대료로 나라의 주인들이 장기간 거주가 가능한 영구, 50년, 국민임대와 장기전세 등이 진짜 국민이 원하는 공공주택"이라며 "매입임대는 국민과의 합의 없이 세금을 낭비하고 있으며, 임차형 주택은 사실상 전세보증금을 지원해 공공주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역대 시장들, 임기 내 3만 호도 공급 못 해  

10일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SH 장기공공주택 보유현황 실태분석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SH 장기공공주택 보유현황 실태분석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실련이 역대 서울시장별 공공주택 공급 공약과 실적을 비교해 본 결과, 오세훈·박원순 전 시장 모두 계획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짝퉁' 공공주택을 제외한 경실련 기준에 따르면 2006년 선거공약으로 공공주택 10만호 공급을 약속한 오 전 시장은 5년간 2만3000호를 공급했다. 박 전 시장 역시 2011년 보궐선거에서 공공주택 8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지만 2014년까지 민선 5기 임기 동안 1만3000만호를 공급했다. 10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2만7000호였다. 오 전 시장이 약 2배 가까이 많은 물량을 공급한 셈이다.

경실련은 "오 전 시장은 늘어난 물량 중 진짜 공공주택 비중이 81%지만, 박원순 전 시장은 27%에 그쳤다"며 "박 전 시장 재임 이후 10년간 계속해서 장기간 공공이 보유하는 진짜 공공주택이 아닌 가짜, 짝퉁으로 보이는 변형된 주택 유형만 늘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공동주택 관련 공약을 내놓은 여야 후보들에 대해 "여야 후보들이 경쟁하듯 공공주택 30만호, 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들을 내놓고 있지만, 과거 시장들의 실적을 통해 보듯 실현 가능성 없는 헛공약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장기공공주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토지 민간 매각과 집 장사 등을 중단시켜야 한다"며 "공기업 본연의 역할은 뒷전인 채 가짜·짝퉁 공공주택만 늘리고 땅장사로 번 돈을 이용해 가짜 임대와 짝퉁 주택만 늘리는 행위는 공공주택 공급 시늉으로 혈세를 축내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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