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코 막힘, 식염수로 풀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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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중심이요 지배자다.관상에서 코를 얼굴의 군주(君主)라고 함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코가 번듯하게 잘 생겼어도 기능이 떨어지면 운명을 지배할 수 없다. 건강한 코의 요건은 호흡이다. 코가 막히면 뇌는 항상 산소부족에 시달리고, 폐는 깨끗하고 알맞은 습.온도의 공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디 그뿐이랴. 냄새는 물론 맛을 감지하지 못하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대인관계에 불편함을 준다. 심한 일교차.황사.꽃가루로 코막힘이 심해지는 계절, 코의 건강법과 코막힘 대처법을 소개한다.

◆완벽한 공기 순환장치
0.25초. 공기가 코를 거치는 시간이다. 이 찰나에 차갑거나 뜨거운 공기는 30 ~ 32도의 온도와 75 ~ 85%의 적당한 습도를 유지한 공기로 변해 폐에 전달된다. 공기의 정화도 이때 동시에 이뤄진다. 7(PH)이나 되는 점막의 산도로 세균을 죽이고, 섬모는 갈대처럼 흐느적거리며 미세한 이물질을 잡아내 코 뒤쪽으로 보내는 것이다. 콧속의 수많은 모세혈관, 코점막 상피에 깔려 있는 섬모, 그리고 하루 1000㏄나 분비되는 점액이 만들어내는 정교한 과정이다.

코의 모양은 각양각색이지만 내부구조는 비교적 단순해 사람마다 별 차이가 없다. 비중격이라는 칸막이 뼈가 코 안쪽을 양쪽으로 분리하고, 그 뒤쪽에 4개의 커다란 동굴이 있는 형태다. 하지만 코가 막히는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알레르기나 코감기에 대한 반응. 코의 혈관이 확장돼 점막이 부어올라 코를 막는다. 구조적인 결함 때문에 막히기도 한다. 칸막이 뼈가 휘거나 돌출된 비중격만곡증과 점막에 염증이 생겨 콧살(비갑개)이 커진 만성비후성비염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이 밖에도 부비강이라는 동굴 점막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괴는 축농증, 드물지만 점막의 살덩이가 커져 공기통로를 폐쇄하는 물혹 폐색증을 들 수 있다.

◆코가 막혔을 때는
흔히 이용하는 항히스타민제는 재채기나 콧물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코막힘을 해소해주지는 못한다. 스테로이드제 역시 항알레르기, 항염증 작용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할 때 부작용을 초래한다. 일시적인 코막힘에는 스프레이 형태의 혈관 수축제(상품명 오트리빈)가 효과적이다. 그러나 장기 사용하면 효과가 떨어지고 축농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매일 1주일 이상 계속 사용하는 것은 금물. 그 이상 사용할 때는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술도 많이 개선됐다. 비중격만곡증의 경우 과거에는 연골을 잘라냈지만 지금은 칸막이만을 바로잡아주는 교정술을 시행한다. 부분마취로 20분이면 가능하다. 만성비후성비염의 경우도 구조물의 일부만 떼어내고 염증이 생긴 점막은 레이저나 고주파온열기로 지져주는 성형술로 바뀌었다. 축농증은 내시경 수술이 대세다. 방법도 동굴입구를 넓혀 고름이 잘 빠지고, 환기가 잘 되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개선됐다. 코의 건강을 위해서는 코세척기 사용이 권장된다. 약국에서 생리식염수와 코관장기를 구입해 하루 2회(1회에 반 병 정도) 콧속을 청결히 유지하도록 한다.

◆유아.어린이의 코막힘
코가 막힌 아이를 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특히 아기들은 콧구멍이 작고 예민한 데다 분비물이 많기 때문에 코가 자주 막힌다. 따라서 집안 습도를 높여주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코의 건조함을 예방해줘야 한다. 또 코 옆을 약간 열이 날 때까지 문질러주거나 따뜻한 물수건을 코에 대주는 것도 한 방법.

비염에 잘 걸리는 아이들이 축농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점막이 늘 충혈돼 있어 감기에 걸리면 10명 중 9명이 축농증이나 중이염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감기를 방치하지 말라는 뜻이다.

건조할 때는 생리식염수 스프레이(상품명 엔클비액)가 도움이 된다. 코피가 나는 것을 예방하기도 한다. 식염수를 콧속에 떨어뜨려 코막힘을 줄여줄 수도 있다. 유아의 경우에는 오트리빈 베이비와 같은 아이들 전용 제품이 나와 있다. 하지만 성분이 희석돼 있다고 해도 자주 사용하는 것은 역시 피해야 한다. 코 흡입기를 사용해 한두번 코를 뽑아주는 것은 효과가 있지만, 너무 자주 하거나 강하게 빨아내면 점막이 마르거나 손상될 우려가 있다. 아이의 코딱지를 후벼줄 때는 식염수로 콧속을 적신 뒤 코 입구에 생긴 것만 없앤다.

◆도움말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민양기 교수, 민이비인후과 민원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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