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정의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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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들이 동료들과 같은 일을 하고서도 다른 보상을 받는다면 이에 항의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정의에 대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에모리대학 연구팀이 주장했다.

17일 BBC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연구팀은 '꼬리감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일정한 일을 시킨 후 그 보상으로 '돈' 역할을 하는 토큰을 제공, 오이와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보통의 경우 원숭이들은 일한 대가로 오이를 받는데 대해 행복감을 표시했으나 다른 원숭이가 오이 대신 포도를 보상으로 받는 장면을 목격하고서는 일부 원숭이들은 일하는 것을 거부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보상으로 받은 음식을 내던지면서 먹기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찰결과를 통해 인간의 정의감은 사회적 산물이 아니라 유전되는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잡지 '네이처'에 게재될 예정이다.

에모리대학의 새러 브로스넌 연구원은 공평함에 대한 인간의 의식이 진화에 의한 행동인지 혹은 사회적 규범의 결과로 형성되는 문화적 산물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협동심이 강하고 매우 관대한 사회성을 지닌 '꼬리감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동일한 일에 대한 차별적 보상에 반응하는 행동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숭이들은 차별적으로 보상을 받는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이 짝을 이룬 원숭이들에게 일을 시킨 후 오이를 보상으로 제공하다가 한쪽에는 오이 대신 포도를 제공하고, 때로는 일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포도를 제공하자 이를 지켜본 다른 파트너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마무리했으나 보상을 받기를 거부했으며 때로는 보상물을 내던져 버리는 행동을 보였다.

브로스넌 연구원은 "실험대상 원숭이들은 더 나은 보상을 받은 파트너에 대해 싫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결코 파트너를 탓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평함에 대한 의식이 오랜 진화의 역사를 지닌다는 것은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이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로스넌 연구원은 현재 침팬지와 더 큰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히고 "관대한 사회성을 지닌 다른 비(非)영장류 가운데서도 이번 실험결과와 같은 행동을 보이는 종(種)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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