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샴쌍둥이 싱가포르서 곧 분리수술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엉덩이 부분이 붙은 채로 태어난 사랑.지혜 쌍둥이 자매가 곧 싱가포르에서 분리수술을 받는다. 척추 끝부분부터 항문까지를 공유한 척골결합 쌍생아, 이른바 '샴쌍둥이'다. 얼마 전 머리부분 분리수술을 하다 숨진 이란의 비자니 자매와 같은 처지다.

이들의 수술도 비자니 자매가 수술받은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에서 하게 된다. 비자니 자매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샴쌍둥이 분리수술로는 세계 최고를 인정받는 병원이다.

아버지 민승준(34.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씨와 어머니 장윤경(32)씨는 지난달 14일 자매를 데리고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백일 잔치를 마치고 나서였다.

도착 후 사흘간 소아과.비뇨기과 등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뒤 부부는 수술을 결심했다. 너무 어리긴 하지만 수술시기를 늦추면 척추나 머리모양이 변형될 수 있다는 의료진의 결론 때문이다.

의료진이 예상한 자매의 생존 가능성은 일단 85% 이상이다. 그러나 결합 부위가 항문.소화기 부분이어서 수술 후 감염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아버지 민씨는 20일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이달 초 래플즈 병원에 들렀을 때 비자니 자매를 만났는데 그들의 수술 실패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수술비는 추후 경과를 봐야 하지만 적어도 수억원은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민씨 부부는 출국 전 동네에서 운영하던 PC방을 팔았다. 은행 대출을 받고, 친지들의 도움도 받아 다음 주 중에 있을 1차 수술 비용은 마련했다. 하지만 추가 수술과 재활치료 과정까지 생각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미국에선 비슷한 분리 수술에 10억원 이상이 들어간 전례가 있다.

자매의 수술비 모금을 맡고 있는 어린이보호재단의 모금액은 현재 2백80만원.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도 1천6백만원이 모아졌다. 민씨는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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