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바이러스 돌연변이 쉽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싱가포르 과학자들은 사스(SHAR.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들의 목구멍 분비물에서 채취한 사스 바이러스 샘플의 유전 기질과 다른 나라 샘플의 게놈을 비교한 결과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비교 대상인 이들 두 게놈의 가장 중요한 분야가 동일했으며, 소위 RNA 바이러스에서 뚜렷한 점은 사스와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통상 RNA 바이러스는 복제될 때마다 유전자 코드의 염기서열을 바꾸면서 급격한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이러한 변화는 생존 충동의 일환으로 숙주의 방어 메커니즘(기제)을 침범하거나 새롭고 유리한 숙주로 옮겨가는 방안을 찾는다.

영국의 주간 의학잡지 '랜셋' 홈 페이지에 8일 게재된 이번 연구는 싱가포르 게놈연구소 소속의 에디슨 리우 박사가 이끄는 팀에 의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싱가포르에서 처음 사스에 감염된 환자로부터 채취한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와 그 사람과 직접, 간접적 접촉을 가진 다른 싱가포르인 4명의 몸에서 발견된 사스 바이러스를 나란히 배열했다.

이런 배열은 캐나다와 하노이, 홍콩, 광둥, 베이징 등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비교됐다. 14개 배열은 바이러스의 진원을 가르키는 일부 징후로 유용한 역학적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을 포함했으나 유전적 메커니즘에서는 어떠한 중요 변화도 없었다.

캐나다 오타와대학의 얼 브라운 및 제이슨 테트로 분자생물학 교수들은 이번 연구와 관련, 리우 박사팀의 성과는 지난 2월 사스가 첫 발견된 이래 바이러스의 현저한 유전적 보존 사실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바이러스가 인간 숙주에 잘 적응해 면역시스템의 위협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른 형태로 바뀔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백신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최신 연구결과도 사스 바이러스의 정확한 감염 경로, 일부 인간에 왜 더 취약한지 여부 등 아직 풀어야 할 큰 문제점이 있다며 이런 사스 바이러스 돌연변이 '불가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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