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수술 의료사고 허약환자 병 파악못한 탓

중앙일보

입력

요즘 국내 성형외과에서 시행하는 지방흡입술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져 있다.제니칼이나 리덕틸과 같은 비만치료 약물이 등장한데다 지방흡입술을 받던 환자가 사망해 수요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비해 미국에서 지방흡입술은 여전히 인기다. 한때 비만치료제 때문에 잠시 주춤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연간 20만명 이상이 수술을 받는다.

비만치료제는 부분비만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인식됐기 때문이다. 미국이라고 사망사례가 없지 않지만 지방흡입술이 비교적 안전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지방흡입술의 위험성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마취사고의 경우 원인은 수술 전에 마취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거나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장 질환이나 고혈압.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전신마취는 심장과 폐에 부담을 준다. 또 지방 흡입 부위에 주입하는 국소마취용액이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방 흡입은 1960년대초 산부인과에서 유산에 사용하는 큐렛에 의해 처음 시도됐다. 당시에는 수술 시간도 길고 전신 마취를 하는 예가 많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지방을 7백50㏄ 이상 제거하려면 전신마취가 반드시 필요했다. 2천㏄ 이상의 지방을 제거할 땐 수혈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요즘엔 전신의 지방을 흡입하더라도 대부분 부분마취를 하고, 대화를 나눌 정도가 됐다.

또 다른 사망사고의 중요한 포인트는 비만환자들이 보기와 달리 허약체라는 사실이다. 장기간의 다이어트와 약물 남용으로 영양실조 또는 전해질 불균형, 탈수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수술 전에 반드시 면밀한 검사를 거쳐야 한다.

최근 사고의 원인이 된 지방색전증은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지방의 알갱이가 혈관을 타고 들어가 폐동맥이나 뇌.신장.안구 등의 혈관을 막는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로 인한 사망률은 과거엔 10만명당 12명꼴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방 흡입 기자재의 발달로 조직 손상도 드물고, 시술 전후 충분한 체액 공급, 수술 후 조기운동의 예방적 처치로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의과학의 발전은 부작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안전하게 치료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지방흡입술의 부작용 제로시대를 기대해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