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 '다산왕 대회' 열지 말라"

중앙일보

입력

"제발 다산(多産)왕 선발대회는 열지 마세요."

보건복지부가 최근 전국 16개 시.도에 공문을 보내 호소한 내용이다.

출산율이 뚝 떨어져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하겠다던 복지부가 '다산'에 제동을 걸고 나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달 초 광주시 북구청에서 실시한 '2003년 다산왕 선발대회'에서 상위 입상자들이 남자아이를 낳기 위해 다산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산왕으로 선발된 1~3위 모두 7녀1남 또는 6녀1남의 자녀를 둔 가정으로 딸만 낳다가 마지막에 아들을 출산했던 것.

다산왕으로 뽑힌 주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산한 이유에 대해 "남편이 종손이라 대를 잇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요컨대 복지부는 다산왕 선발대회가 자칫하면 남아선호 사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와 비슷한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

복지부는 이 공문에서 "우리사회의 현실(남아 선호사상)을 감안할 때 이런 사업은 자칫 일반 국민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각 시.도는 출산 관련 시책을 추진할 때 남녀평등에 맞는지 등을 충분히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복지부는 또 출산장려 정책의 취지는 적정 출산을 유지하라는 것이지 무조건 많이 낳으라고 권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자체에선 이미 출산장려정책을 펴는 사례가 많다.

전남도의 군지역에선 1년 이상 거주한 주부가 아이를 낳으면 농어촌 신생아 양육지원금이란 명목으로 출산장려금 10만원을 지급한다. 충북 청원군도 아이를 낳으면 35만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선물한다. 경기도 연천군은 올해부터 신생아에게 시가 2만원 상당의 은팔찌를 제공하는 출산 장려운동을 벌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다산왕대회는 너무 극단적인 사례를 일반화할 수 있는 문제가 있어 자제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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