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당하며 크는 아이들 열등감·좌절감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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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엄마들은 왜 이렇게 왜곡된 자화상을 그리고 있을까. '한국의 모성'(미래인력연구원 출판.2001년) 의 저자 윤택림(43.인류학자)씨는 이를 "사회가 전체적으로 변해야만 해결될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모성은 어떤 모습인가.

"현재의 한국사회는 엄마 노릇 똑똑히 하는 걸 가장 중요한 모성의 가치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취업주부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전업주부는 더 자식에게 안달하는 것이다.

사회가 너무 경쟁적이고 입시 중심적이기 때문에 엄마들은 일상적으로 자기 아이를 남의 아이와 비교한다. 엄마들은 아이를 경쟁적.물질적.소비적으로 키운다.

어디 내놓아도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 키우는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지나친 열성 때문에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끼며 자라난다. 아이들이 건강하지 못하게 자라난 결과로 생긴 부작용은 사회의 부채로 남을 것이다."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자녀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줘야 한다. 모두들 똑같게 키우려 하니까 문제가 된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하는 건 재산과 학력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가치, 사람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지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부모들에게 그러한 부모 노릇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초.중.고교에서는 힘들겠지만 최소한 대학에서라도 '부모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개설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모성을 회복하려면.

"여성이 자신의 삶을 찾아야 모성도 제 모습을 갖춘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더 활발해지면 이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 남녀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중산층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아이 보육시설도 필요하다. 여성들 역시 '자아실현을 위해 취업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는 남자들은 많지 않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취업.봉사 등 사회적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여성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남녀 모두 인정해야 한다."

[특별취재팀=생활레저부 안혜리.손민호.이경희.김현경 기자.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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