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전문 강사 원정혜씨 "꾸준한 요가로 3년만에 20Kg 감량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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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려는 욕심을 버리세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는 질문. ‘요가를 하면 진짜 살이 빠지나요?’에 대한 한결같은 대답이다. 방송에 출연하면서부터 온몸으로 요가 열풍을 실감하고 있다는 원정혜씨(35). 방송뿐 아니라 고대, 연대, 숙대, 포천중문 의과대에서 요가 강의를 하고 있는 그녀는 캠퍼스에서 인기 ‘짱’인 스타 강사다. 요즘 대학가 최고의 인기 교양과목 중 하나가 바로 ‘요가’수업이라는데, 수강생 중엔 특히 고시생들이 많다. 요가가 정신집중에 특효약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녀의 수업을 청강한다고.

“제가 학생들에게 ‘할머니’ 혹은 ‘깡패’로 불려요. 워낙 할머니 같은 말만 하고 생긴 거와 달리 터프해서 그렇죠. 학생들만 보면 그들 속을 예리하게 꿰뚫고 갖은 충고를 합니다. 말 안 듣는 제자에겐 ‘너 그렇게 살지 마’ ‘짜식! 술 담배 그만 해’ 하면서 엉덩이를 뻥뻥 차기도 하죠. 흔히 요가를 나이 든 사람들이나 주부들이 하는 운동 정도로 알고 있는데 남녀노소 제한이 없습니다. 대신 혼자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에어로빅이나 맨손체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 꼭 수행자에게 직접 배워야 합니다. 혼자 대충 하다보면 몸이 망가질 수 있거든요.”

그녀는 다섯 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리듬체조 선수로 활약했다. 대학 시절엔 재즈댄스와 에어로빅, 현대무용 등 거의 모든 운동을 섭렵했고 숙명여대 체육교육학 학사, 석사를 거쳐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속 운동을 했으니 ‘아리따운 몸매’로 살지 않았을까 싶지만 학창 시절 그녀의 별명은 ‘꽃돼지’ ‘백돼지’였다. 한때 몸무게가 78kg까지 나갔던 것. 그렇게 운동에 열심이었고, 그렇게 지독히 공부했는데도 살이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내성적인 성격이긴 해도 뚱뚱한 몸매 때문에 주눅들어본 적은 없었다고. 그러다 대학원 시절 요가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생겼다. 당시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그녀는 갈등과 스트레스로 모든 것이 귀찮고 싫어졌다. 일종의 슬럼프였다. 딸의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그녀에게 암자에 들어갈 것을 권유했다. 명분은 논문을 쓰겠다는 것이었지만 그보다는 휴식을 위해 해인사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새벽 예불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루 1천80배는 기본이고 여력이 되면 3천 배도 올렸다.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요가 수행을 한 덕분에 차츰 심신이 회복되었고, 몸무게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해 서울로 올라왔을 때는 친구들이 몰라볼 정도가 됐다.

선천적으로 그리 튼튼한 몸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티코 엔진에 그랜저를 얹어놓았으니 몸에서 부글부글 열이 날 수밖에요. 예전부터 요가가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당시엔 그냥 웃고 떠드는 게 좋아서 다녔으니 효과를 볼 리 없죠. 해인사에서는 스님들에게 ‘독한 계집애’라는 얘길 들을 정도로 열심이었습니다. 오죽하면 ‘넌 수행자다. 머리 깎아라’라는 말씀을 하셨겠어요. 마음을 비워서 살이 빠졌다는 말이 더 옳은 것 같네요. 3년 만에 20kg이 빠졌으니까요.”

그때부터 그녀는 요가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석·박사 논문도 모두 ‘요가’에 관한 것이었다. 이쯤 되다보니 이곳 저곳에서 요가를 가르쳐달라는 주문이 쇄도했다. 심지어 외국에까지 소문이 퍼져 요가를 배우러 온 일이 있었다고. 4년 전, 버클리대생 10여 명이 요가를 배우러 그녀를 찾아왔었다. 그때 춤과 수행의 중간 단계인 ‘에콜스 무브먼트’(Khechols Movement)를 가르쳐줬는데 호응이 대단했단다. ‘에콜스 무브먼트’란 ‘대우주는 자연이고 소우주는 인간이다’라는 의미로 요가의 대중적인 분야라고 한다. 이곳 저곳으로 강의를 다니고 방송 출연까지 하다보니 개인적인 수양 시간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한때는 수행자, 교육자, 예술가 이 세 가지를 두고 많은 갈등을 했으나 결국 그녀는 사범대 출신답게 교육자의 길을 선택했다.

“요가란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분야인데 너무 얕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요가를 하면 살이 빠지는 것은 사람이 자연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죠. 그러면 절대 비만이 되지 않아요. 너무 욕심을 내니까, 너무 짜증을 내니까, 베풀 줄 모르니까 살이 찌는 거지요. 요가는 다이어트뿐 아니라 질병을 해소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분야입니다. 여러분도 한 번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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