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콧대 너무 세우단 '큰 코 다쳐'

중앙일보

입력

코는 개인의 특징을 보여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졌다.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마귀할멈이나 마녀의 코는 대부분 매부리 코로, 그리고 술주정뱅이 코는 빨간 코로 그려진다.

코는 또 자존심과 체면.인격의 상징이다. '콧대가 세다' '코가 납작해졌다'와 같은 말을 흔히 하는 것은 코의 사회학적 위치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코의 기능은 무엇보다 깨끗하고 습도높은 산소를 공급하는 여과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바깥 공기는 불과 10㎝도 안되는 통로를 통과하며 순식간에 섭씨 35도, 그리고 습도 95%의 티끌없는 맑은 공기로 바뀌어 폐로 들어간다.

일반인이 지나치는 코의 또다른 기능은 공명(共鳴)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말을 많이 하는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기능인 것이다.

코를 막고 말을 하거나 노래를 불러보면 표현수단으로서의 공명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이렇게 소중한 코가 요즘 수난을 당하고 있다.

재수술을 하는 성형수술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코 성형이다. 이중에서도 삽입된 보형물(주로 실리콘)이 피부를 뚫고 나온다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나치게 모양만을 앞세워 피부의 늘어나는 면적을 생각하지 않고 맞지 않는 실리콘을 넣거나, 코를 오뚝하게 세운다고 ㄴ자형 보형물을 넣다 보면 실리콘에 접촉한 피부가 얇아져 결국 피부에 구멍이 뚫리거나 빨갛게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리콘과 피부가 맞닿지 않도록 연골이나 인조피부로 차단막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고어텍스라는 재질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20만원 정도 가격이 비싸 섣불리 권하기가 어렵다.

특히 일단 코끝에 천공(穿孔)이나 염증이 생기면 원래 모양을 회복하기 어렵다. 수술을 받았다면 한번쯤 자신의 코끝을 들여다보자. 처음보다 피부가 얇아졌다면 가까운 성형외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은정 이정성형외과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