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여성 리포트(2) - 폐경 여성의 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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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여성성을 갖고 사랑받고 싶은 희망과 몸부림, 소설 같은 황혼기 사랑에 대한 꿈이 수명 증가와 경제발전에 힘입어 폐경 여성 전체로 일반화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젊을 때만 열정적인 사랑을 원한다는 생각은 일종의 '신화(神話) ' 에 불구하며 사랑에 대한 열망은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고 말한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테일러.오드리 헵번 등 스타나 유명인사들은 종종 중.노년기 때도 나이를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로 매스컴을 장식한다.

폐경을 맞은 K씨(51.여) 의 말을 들어보자. "인생에 있어 요즈음처럼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많았던 적은 없어요. 열정적이고 원숙한 사랑을 꽃피우고 싶은데 이런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어렵습니다. "

남편과의 여유로운 '제2의 신혼기' 는 나만의 바람인 듯 남편은 아내인 자신을 여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얘기다.

K씨처럼 희망과 현실간 괴리가 커지면 점차 성생활을 포기하거나 거부하게 된다.

문제는 의식적으로는 성생활을 포기했다 하더라도 깊은 속마음까지 여성으로서의 성을 포기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권교수는 "폐경 여성이 욕구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응어리를 만들 땐 몸 여기저기가 아파 병원을 전전하는 '신체화 증상' 같은 병에 잘 걸린다" 고 설명한다.

성관계 때 절정기에 도달하면 여성은 젖을 먹일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여성을 평화로운 마음상태로 만들어준다. 따라서 폐경 후 정기적인 성생활은 부드럽고 온화한 여성미를 유지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관련, 부산대 의대 김원회 교수는 "마땅한 상대가 없을 땐 자위행위를 통해 성적 긴장을 해소시키는 것도 좋다" 고 조언한다.

폐경을 맞아 가장 흔히 경험하는 성교의 불편함은 질(膣) 이 초경 이전 소녀처럼 얇아지면서 성교시 분비물이 적게 나와 생기는 성교 통증이다.

폐경 초기엔 성교 통 때문에 남편과의 잠자리를 기피하다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는 P씨(52) . "치료를 계속 받는데도 남편은 여전히 내가 잠자리를 싫어하는 줄 아는 것 같다" 고 하소연한다.

김교수는 "최근엔 호르몬 치료 등으로 칠순, 팔순의 할머니들도 성생활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면서 "폐경기를 여성의 상실이 아닌 제2의 인생을 사는 전환점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설명한다.

성생활을 포기하고 사는 폐경 여성의 남편도 괴롭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S씨(57) 는 "아내와 제2의 신혼을 즐기고 싶은 생각을 하다가도 조심성 없고 거친 행동을 하면서 속옷 바람에 무신경하게 드러내 놓은 살찐 몸매를 보면 성욕이 사라진다" 고 했다. 그는 "나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아내상이 그립다" 고 밝힌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아내와 해본 적이 없다.

이처럼 부부간 대화가 없을 땐 성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해결될 위험도 있다. 중앙대 의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는 "아내 몰래 비아그라를 구입해 사용하려는 남성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은 대부분 '아내가 잠자리를 원치 않는다' '나를 무시하는 아내와는 잠자리를 하고 싶지 않다' '말해도 아내에게 비난만 받을 것' 이라는 등의 말을 한다" 고 들려준다. 그는 "폐경 후 여성들은 남편의 성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강조한다.

설현욱 박사는 "폐경 이후 부부간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는 삽입 성교가 아니더라도 애무.키스 등 성적 접촉도 큰 의미가 있으므로 많이 활용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또한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나쁘지 않지만 잠자리만은 한 이불을 쓰고 가능한 손이라도 잡고 자는 게 좋다는 것이다.

만일 폐경 이후 이런 노력 없이 상대방을 더 이상 이성으로 여기지 않고 성생활이 소원해지면 사소한 일로 다투더라도 화해가 쉽지 않아 부부관계가 꼬인다.

◇ 특별취재팀〓생활레저부 이은주.박혜민.김현경 기자,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 문의 전화 : 02-751-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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