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약사 모자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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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전북대병원은 의약분업 실시 직전인 지난해 6월 약사가 40명이었으나 지금은 18명뿐이다.

지난해 7월 의약분업에 따라 약국으로 일반의약품 처방이 넘어감에 따라 병원의 전문의약품과 입원환자 약제 담당 약사 정원을 28명으로 줄인 뒤 10명이 '박봉' 등을 이유로 그만뒀기 때문이다.

다른 3명도 같은 이유로 사표를 낸 상태다. 이 때문에 병원측은 항암제 혼합 등 전문약 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아있는 약사들도 한명당 하루 1백80여건의 처방전을 처리하는 등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의약분업 실시 후 병원 약사들이 수입이 나은 시중 약국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일선 종합병원들의 투약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익산시 원광의료원은 정원(20명)보다 약사가 8명이나 부족해 환자 복약지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부산대병원도 7명이 부족(정원 35명)해 전문 의약품 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병원 약사들의 급여가 시중 대형 약국보다 적고 업무 강도가 높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병원 근무 2~3년차 약사의 월 급여는 1백50여만원 정도지만 같은 경력의 약국 약사는 3백만원 이상을 받는다.

전북대병원의 한 약사는 "부장.계장 등을 빼면 실제 근무자는 13명이라서 개인별 업무량이 배 이상 늘었다" 고 말했다.

약사 부족은 의료서비스 부실로 이어져 약화(藥禍)사고도 우려된다. 일부 병원의 경우 전문성이 요구되는 '무균실 항암제 혼합' 까지 인턴이 임시로 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약의 부작용 등을 상담해 주는 복약지도는 대부분 포기한 상태다.

입원 환자 姜모(56.전주시 효자동)씨는 "예전과 달리 약사들이 제대로 약을 조제했는지 불안할 때가 적지 않다" 고 말했다.

종합병원 관계자들은 "월급을 일시에 올려줄 수도 없어 난감하다" 며 "공중보건의처럼 약사도 채용제도를 바꿔줄 것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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