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 수 논란

중앙일보

입력

인간 유전자가 과연 정확히 몇 개인지를 둘러싸고 과학자들 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인간 유전자는 그 수가 10만개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됐었으나 현재는 올 2월 국제컨소시엄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미국 생명공학 기업 셀레라 제노믹스가 인간게놈 지도 완성을 발표하면서 밝힌 3만5천여개가 가장 정확한 분석인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7일 B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연구진이 최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유전자 정보를 재분석한 뒤 인간 유전자 수가 HGP와 셀라라 제노믹스가 밝혀낸 것보다 훨씬 많은 6만6천여개 이상이라는 새로운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과학저널 `게놈생물학'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HGP와 셀레라 제노믹스가 게놈지도 작성을 위해 단 두 종류의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것에 비해 우리는 13가지 종류의 유전자 정보를 활용했다'면서 '그 결과 인간 유전자가 6만5천개 이상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인간게놈 지도 발표 당시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유전자가 선충류의 유전자 수 1만8천개보다 두 배인 3만5천개에 불과하는 연구결과에 당혹해 했지만 대체로 이를 인정하면서 이후 유전자 수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이 벌레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지도 연구에서 염기서열 구조에 숨겨진 많은 유전자들이 분석에서 누락됐다면서 실제 인간 유전자 수는 3만5천개를 훨씬 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연구를 이끈 오하이오 대학의 보 유앤 교수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이용해 분석했고 따라서 유전자 수를 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유전자 수는 확실히 7만개 가까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영국의 인간게놈 프로젝트 책임기관인 샌저센터의 팀 허바드 박사는 '오하이오 대학 연구진의 분석은 실제 실험이 아닌 단순히 컴퓨터를 이용해 분석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컴퓨터가 유전자로 분석한 것이 정말로 유전자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누구도 인간 유전자의 정확한 수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를 둘러싼 과학자들 간의 논쟁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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