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장애인 만드는 응급구조

중앙일보

입력

1998년 8월 17일 오후 10시. 경북 울진군 평해읍 근방 7번 국도 내리막 커브길에서 승용차와 소형 승합차가 정면 충돌해 여섯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金모씨 등 중상자 네명은 영구 장해율 50%를 판정받아 지금도 물리치료 중이다.

당시 담당의사는 "심야에 교통경찰관과 견인차 운전자가 아무런 보호장구도 없이 출동해 척추를 다친 환자의 팔다리를 잡고 무리하게 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기는 바람에 상태가 많이 악화됐다" 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경춘국도에서 발생한 승용차.화물차.소형 승합차의 연쇄 추돌사고 피해자 崔모씨도 병원 이송 도중 척추 손상부위가 더욱 악화해 일생을 후유증에 시달리게 됐다.

한해 29만건이 발생하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기본적인 응급조치와 이송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43만여명이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응급조치만 제대로 받았다면 후유증 없이 치유됐거나 적어도 중증장애는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보건복지연구원에 따르면 각종 사고.질병으로 인한 후천성 장애인 1백여만명 중 약 10%가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교통사고 환자에겐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되므로 응급구조 차량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응급구조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그 체계가 미흡하고, 관련 인력.장비도 매우 부족하다. 또 교통상황이 나빠 응급 구조반의 신속한 출동을 가로막는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연구에 의하면 교통경찰관의 63.4%가 응급구조 및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운전면허 취득 과정이나 사고자.법규 위반자의 소양교육에 응급 구조법 교육이 전혀 없다. 운전면허 취득자 1천8백90만여명에게 응급구조법을 익히도록 하면 안될까.

박천수 <삼성화재 자동차기획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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