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격주 휴무' 명암 갈린다

중앙일보

입력

기업들이 '주 5일 근무제' 실시에 대비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토요 격주휴무제가 시행과정에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연월차 보상비를 해마다 수십억원 이상 줄이고 생산성도 올라가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노조의 반발로 격주 휴무제를 폐지하거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 잘 쓰면 경쟁력 향상〓지난 1997년부터 격주 휴무제를 도입한 LG그룹은 쉬는 토요일 마다 월차를 0.5회씩 공제, 연간 월차보상비만 1백억원 정도 절감했다.

이달부터 격주 휴무제를 시작한 삼성그룹도 올해 월차 보상비가 1백억~1백50억원 정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월차 보상비 절감뿐 아니라 생산성도 높아졌다" 며 "신입사원 채용 때 근무여건이 좋은 외국기업으로 가던 우수인력이 20% 이상 증가했다" 고 말했다.

안산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동현말레필터는 97년부터 직원 1백50여명을 대상으로 격주 휴무제를 도입했다.

이 회사 박현호 부사장은 "기계 가동비용이 5% 정도 줄고 생산성은 10% 이상 올랐다" 며 "안산공단 공장들간에 격주휴무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고 말했다.

◇ 부작용이 문제〓지난 95년부터 사무직 7백여명을 대상으로 격주휴무제를 도입한 롯데호텔은 시행 6년만인 올 초에 이를 폐지했다.

월차를 의무적으로 내고 쉬는 토요일에 임원.팀장급 간부들이 출근하자 부하직원들도 같이 출근해 월차를 내고도 근무하는 셈이 됐기 때문.

격주휴무제 실시 전에 해마다 2백만원 이상 받던 연월차보상비도 받지 못하고 쉬지도 못하는 이중고(二重苦)를 겪자 노조가 문제를 제기했고, 회사측은 연월차 보상비를 주는 대신 격주휴무제를 없앤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업무나 인력 분석 등 충분한 사전 준비없이 제도만 도입해 노사 모두가 만족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인건비가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96년 노사 단체협상에서 주당 근무시간을 44시간에서 42시간으로 줄이면서 격주 휴무제를 도입했으나 인건비는 연 평균 5% 이상 증가했다.

수출물량이 늘어 쉬는 토요일에도 잔업이 많다 보니 평소 근무 때보다 1.5배 많은 특근비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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