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충격요법 논쟁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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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충격요법은 예상 밖으로 재발률이 높다"는 연구보고로 전기충격요법을 고문처럼 보이게 한 아카데미상 수상작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이후 25년만에 이 요법에 대한 논쟁이 다시 일어났다.

미국 국립정신건강협회는 한 정신병원의 생활 모습을 풍자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이 영화가 나온 이후 전기충격요법에 대한 지지가 어느정도 떨어지긴 했지만 그 이용자가 미국에서 연간 10만명에 달하는 등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ECT로 불리는 전기충격요법은 약물치료나 정신요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심각한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14일자)에 게재된 연구보고에 따르면 84명의 우울증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ECT 실시 뒤 후속 약물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84%가 6개월 이내에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ECT 실시 뒤 우울증과 정신병 치료를 한 경우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이 방법도 39%라는 높은 재발률을 보였다.

이같은 결과로 ECT의 이점과 위험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연구팀장이며 ECT를 가장 옹호하는 해롤드 새케임 박사는 ECT가 가장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이긴 하나 연구결과 약물치료도 겸해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릴랜드주 정신과의사인 피터 브레긴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ECT가 쓸데없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높은 재발률은 ECT가 뇌 손상을 일으킨다는 비판자들의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라면서 비판자들은 ECT가 수주 동안은 환자들이 슬픔이나 우울증을 나타내지 않도록 하는 작용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억 상실을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JAMA 부편집인인 리처드 글라스 박사는 사설에서 이번 연구 결과로 ECT 효과에 대한 논쟁을 부각시킬 필요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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