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백신 원숭이 실험 성공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구팀이 새로운 에이즈 백신을 개발, 원숭이 실험
에서 성공을 거두고 인체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 질환 연구소(NIAID)와 에모리대 공동연구팀은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9일자)에서 새로 개발한 2단계 에이즈 백신을 원숭이에 접종한 결과 에이즈 예방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해리엇 L. 로빈슨 박사는 처음 2차례 접종하는 1단계 백신은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포함된 3가지 단백질의 DNA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에이즈 바이러스 침투 시 면역체계가 이를 인지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3번째 주사하는 2단계 백신은 백신 효능을 촉진하는 것으로 유전자를 변형한 천연두 백신에 HIV 단백질 3가지를 첨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의 반응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원숭이 24마리에 에이즈 백신, 4마리에는 가짜 백신(placebo)을 주사하고 7개월 뒤에 치명적인 양의 원숭이 에이즈 유발 바이러스(SHIV)에 노출시켰다.

SHIV는 원숭이 에이즈 바이러스(SIV)와 인간 HIV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원숭이에서 에이즈를 일으키며 원숭이 에이즈 실험에서 널리 사용된다.

실험결과 가짜 백신을 맞은 원숭이 4마리는 모두 에이즈에 걸린 뒤 28주 안에 죽었으나 에이즈 백신을 접종한 24마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는 했으나 면역체계가 활성화돼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다.

로빈슨 박사는 "이 결과는 인간에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면역방법을 사용, 원숭이를 HIV와 유사한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2단계 에이즈 백신은 하버드대 연구팀이 개발한 것과 비슷하지만 접종 횟수가 3차례로 하버드대 백신의 6차례보다 적고 첨가한 단백질도 3가지로 하버드대 백신보다 적은 것이 특징이다.

NIAID의 버나드 모스 박사는 "백신의 장기적 예방효과를 보기 위해 원숭이를 접종 7개월 후에 에이즈 바이러스에 노출시키고 에이즈 바이러스 양도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것보다 수백 배 많게 했다"며 "이런 조건에서 효과를 보인 것은 이 백신의
효과가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앤터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이 연구는 에이즈 예방백신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증거"라며 "백신이 바이러스 감염 자체를 막지는 못했지만 바이러스를 검출하기 어려울 정도로 억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에이즈 백신 임상시험 계획이 추진 중"이라고 밝혔으며 로빈슨 박사도 "앞으로 1년 이내에 인간 임상시험이 실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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