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넷키즈] 上. 죽음 부르는 인터넷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만능시대의 요즘 아이들 넷키즈(Netkids).

그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빠져드는 사이버 세상은 그러나 위험투성이다. 최첨단 문명의 그늘엔 탈선과 일탈을 유혹하는 함정이 널려있다. 급기야 빚어진 초 ·중학생의 잇딴 자살을 계기로 무엇이 이들을 흔들고 있는지, 대책은 없는지 3차례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죽고 싶다고 느낀 적은 수 없이 많다. … 갑자기 사후(死後)세계도 궁금해지고, 죽음이 기대된다. … 원망스런 이 세상과 영원히 안녕이다` .

지난 6일 밤 친구가 사는 전남 목포시의 한 아파트 15층 복도에서 뛰어내려 숨진 초등학교 6년생 J군(13)이 남긴 유서다. J군은 학원에 간다며 집을 나가 친구를 찾아갔다가 못만난 뒤 자살했다.

그는 오전에 학교에서 그 친구에게 "유서를 써놓고 죽겠다" 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연필로 쓴 이 유서를 교실 책상서랍에 남겼다.

J군은 부모.중학생 형과 함께 사는 중류가정의 평범한 어린이였다. 다만 친구들은 그가 집과 동네 PC방에서 하루 5~6시간씩 인터넷을 했다고 말한다.

경찰은 성적도 상위권인 J군이 자살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주변의 말에 따라 자살사이트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날 오후 4시쯤 충북 청주시 변두리의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된 李모(중3)군. 그 역시 인터넷에 빠져 있던 소년이었다.

`친구 서××가 세상을 떠났다. … 의리를 지켜 지금은 가야할 때. … 주군! 제가 갑니다. 부디 다른 세상에서 편히 만납시다` . 컴퓨터로 작성된 李군의 유서에 등장한 서××군은 실존인물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의 장점도 많지만 청소년들을 극단으로 이끄는 폐해가 방치할 수 없는 단계가 됐다. 덜 성숙된 10대들이 사이버공간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여러 형태의 탈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중독증` 이라고 말한다.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J군과 李군의 죽음이 자살사이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충격적이다.
문제는 이를 막을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

어머니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여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5일부터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13세 소년 S군(중1)의 범행 역시 인터넷이 간접 동기가 됐다.

"친구들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본 포르노 비디오 얘기를 듣고 기억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부터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상상했던 것들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 S군의 말이다.

7일 서울지방경찰청 2층 사이버 범죄수사대에는 개인 홈페이지에 폭탄 제조법을 띄운 중3생이 폭발물 사용 선동혐의로 붙잡혀왔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일탈행위` 에 대해 경산대 청소년문제연구소 한상철(韓相哲.44)소장은 "사회적으로 욕구를 풀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으로 자기몰입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인터넷에서의 충동성.공격성 문화에 젖어 현실과 가상세계를 분간하지 못하는 사건은 앞으로도 심각하게 퍼져갈 것" 이라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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