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보고서로 본 한국 어린이]

중앙일보

입력

유니세프가 6일 발표한 '이노센티 센터 보고서'는 91-95년 한국을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회원국 어린이(1-14세) 상해사망률 통계수치를 각종 도표로 제시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어떤 상해 원인으로 몇 명이 사망했는지를 보여 주는 이 도표는 상해를 ▲교통사고 ▲고의적 상해 ▲익사 ▲추락 ▲화재의 5가지로 크게 구분한 다음 이들을 종합한 사망률 수치를 국가별로 비교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OECD 회원국중에서도 인구 밀도가 높은 15개국만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사망률 도표에서 고의적 상해(사망률 1.03명) 한 부문만 제외하고는 5개 부문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이는 그만큼 우리 어린이들이 상해사망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우선 전체 상해사망률(25.6명) 1위를 필두로 교통사고 사망률(12.59명) , 익사 사망률(5.14명) , 추락 사망률(1.18명) 등 전체 6개 항목중 4개 부문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서 최고는 당연히 최악이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예컨대 전체 상해사망률 수치에서 한국은 6명 수준인 영국이나 이탈리아, 네덜란드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높고 미국(14.06명) 의 2배 가까이에 달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한국을 제외하고 가장 사정이 나쁜 멕시코(6.05명) 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이런 수치를 근거로 유니세프는 만일 OECD 회원국이 스웨덴(5.2명) 수준에서 어린이 상해 사망률을 유지한다면 한국의 경우 매년 2천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됐다.

즉 자동차 대수와 자동차 이용률이 OECD 회원국 전체를 놓고 볼 때 50% 증가한 반면 교통사고 사망률은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점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음주운전법, 속도규제법, 교통안정화 정책 등 상해방지책의 결과로 볼 수도 있고, 또는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어린이 숫자가 감소한 때문으로 볼 수도 있으나 아직까지 이들 요인과 상해사고 사이의 뚜렷한 상관관계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어린이 상해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자건거 이용시 안전모 착용, 차량속도 제한, 수영장 펜스 설치, 화재경보장치 설치 의무화 등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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