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웬만한 조치론 시장 못움직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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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강력한 주택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가 급기야 특단의 조치까지 내놓을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어떤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밝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정부가 생각하는 특단의 조치로는 주택거래허가제.금리인상.부동산 담보대출 총액 제한제.부동산 보유세 및 거래세의 획기적 상향 조정.분양가 규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만 들어도 으스스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경제여건이나 국민의 원성 등을 감안하면 섣불리 빼들 수 없는 카드들임에는 분명하다.

정부가 보유세를 지금보다 세배 가량 올린다고 했지만 주택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 강남권 사람들은 눈 하나 깜짝 안한다. 강남의 오래된 30평형대 아파트의 재산세가 10만원 정도 된다고 가정할 때 세배 올린다 해도 30만원 밖에 안된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돈이지만 집값 상승분을 생각하면 이 정도 세금은 '껌값'에 불과하다.

일률적인 세금인상은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은 곳의 주민들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집을 많이 갖고 있을 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도록 한다든가, 집값이 올라도 세금 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도록 한다면 집값은 잡히겠지만 한꺼번에 세금을 크게 올리면 조세 저항을 견뎌내기 어렵다. 물론 서서히 올리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으나 당장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주택거래허가제 또한 쉽지 않은 사안이다. 가수요를 줄이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강남 아파트를 사야 돈번다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팽배한 상황에서는 실수요자만도 엄청나 어쩔 수가 없다. 실수요자의 거래까지 제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리인상 문제는 어떤가. 그동안 집값을 잡으려면 대출이자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흐지부지되곤 했다. 금리 인상폭이 2~3%포인트는 돼야 효과가 있을 텐데 이 정도 올릴 경우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분양가 통제도 그렇다. 분양가를 풀어놓은 건설교통부가 다시 묶을 생각이 없다는 점도 문제지만 정치권도 주택업체들의 로비에 뒷짐질 소지도 없지 않다.

이런 저런 사유를 감안하면 집값 잡기가 정말 어렵다는 느낌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규제를 풀어 집을 많이 짓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증가율을 감안할 경우 지금의 아파트값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소리도 들린다.

어떻게 해야 하나. 부처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정치권도 표의 향방을 저울질하고 있어 앞에 나설 기미가 안보인다. 그래서 대통령이 총대를 메고 나왔겠지만, 참여정부의 다음 착수가 주목된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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