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4명의 이색 육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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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운 사람에겐 선물 또는 편지 쓰도록

아이가 자라면서 나는 좀 나쁜 엄마가 되기로 했다. 식탁의 반찬 중 맛있는 것은 양보하지 않고 아이와 나눠 먹는다. 나를 포함해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고마운 일이 있을 때면 꼭 선물이나 편지를 쓰도록 한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주고 받을 때 이뤄진다는 걸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에게 경제 관념을 심어 주기 위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기보다 적당한 액수의 돈을 준다. 예를 들어 놀이공원에 가서 타고 싶다는 놀이기구를 다 태워주기보다 돈을 주면서 알아서 하라고 하면 아이도 그 범위 안에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최대치를 찾으려 노력한다. 오히려 그 곳의 음료수 값이 동네보다 비싸다고 좀 참았다가 집 근처에서 사먹자고 한다.

한없이 남에게 기대는 사람은 아무리 주어도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지만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김혜영.40세>

*** 갑작스런 사고 때 의지할 곳 많아졌으면

험한 세상을 살다 보면 어느날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혹은 불치의 병으로 삶을 마감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언제나 아이들이 걱정스러워지게 마련이다. 아이가 다섯살이 됐을 때 친구와 둘이서 얘기를 하다가 행여 그런 일이 생긴다면 서로 마음의 엄마 노릇을 해주자고 약속을 했다.

어찌 보면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이 약속 이후 괜히 마음이 든든해 지는 것 같았다.

금전적인 보상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마음의 상실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이 약속 이후 마음 기댈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아이들은 거의 친형제처럼 잘 지내고 있다.

이런 마음의 지지대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된다면 아이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박재홍.45>

*** 어릴적부터 스스로 결정.행동하도록

요즘 애들 버릇없다고 하지만 그건 가정에서 원칙없이 아이를 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집 육아 원칙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었다. 야영을 함께 하면서 자연의 위대함이나 혹독한 추위.더위를 이기는 법을 저절로 배우게 했고, 기다리는 법과 배고픔을 몸으로 깨닫게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 것 같다.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문상을 한 적이 있다. 오랜 병환으로 힘들었던 그 가족의 모습이 어린 눈에 새겨졌던 모양인지 그 이후로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에 나보다 더 적극적이다. 중.고등학교 때도 어려운 환경의 친구들을 멀리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며 자랐다. 최고는 아니어도 몸과 정신이 건강한 시민으로 자란 것이 대견할 뿐이다. <박복남.50세>

*** 외동딸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화근

이제 대학 1학년인 외동딸을 보면서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해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딸 하나뿐이라 원하는 것은 무리를 해서라도 해주려고 애썼다. 딸이 미처 요구하기도 전부터 필요하다 싶은 것들은 알아서 준비해 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딸 아이는 한 달에 용돈을 2백만원씩 쓸 만큼 돈에 대한 개념이 없이 자랐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왕따를 당해 미국으로 유학가고 싶다고 호소할 지경이다. 내가 너무 아이의 요구를 거침없이 다 들어준 것이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으로만 행동하는 아이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이제 다 커버린 아이를 다시 가르칠 수도 없고 야단친다고 해도 오히려 사이가 멀어지기만 한다. 엄마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나 자신도 견디기 힘들다. <가명 신미영.4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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