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에 대한 100가지 편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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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라고 놀림당하는 원형 탈모증 아이들이 또래로부터 받는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다. "대머리 친구와 노는 걸 아마 엄마가 싫어하실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탈모증 아이들이 놀이방·유치원·학교에 가지 않으려 든다. 별종에, 무슨 전염병 환자 취급까지 당하는 게 싫어서다.

대머리에 대한 이런 오해와 편견은 물론 아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엄마가 싫어하실 것”이라는 생각에서 엿보이듯이 사실 아이들의 이런 틀린 생각은 어른들에게서 온다.

대머리에 대한 보편적인 편견은 '저런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대인관계가 원만할 수 있겠어?’, '애인이나 있을까?’ 심지어 '일을 맡기면 과연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하고 능력의 문제로까지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런 편견들에 대한 전문의들의 입장은 명확하다. 탈모증이 질환인 것은 사실이지만, 탈모증 환자들의 업무수행 능력엔 아무 문제가 없고, 단지 미용상의 문제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연히 모발에 관한 화제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비만인 사람이 뚱뚱하다는 얘기에 자극받는 것과 같다.

탈모증의 정도가 심하고 오래 지속될 경우 성격이 내성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전문의들은 탈모증이 없던 시절처럼 주변 사람들과 모든 일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라고 권한다. 행여 능력 없는 사람으로 비쳐졌다면 대머리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해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머리에 대한 편견으로 대표적인 것은 '정력이 좋다’는 것이다. 대머리는 그러나 정력과 무관하다. 대머리는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남성 호르몬이 작용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정도의 남성 호르몬은 정상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

여성은 대머리가 없다는 것도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국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여성 중 19.4%, 60대 여성 중 50. 7%가 대머리 증상을 보이고 있다.

단지 이마 위 앞머리선이 유지되고 머리카락이 드문드문 빠지는 여성 탈모의 특성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뿐이다.

대머리는 미용의 문제일 뿐 건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상식에도 예외는 있다. 대부분의 대머리 증상이 건강과 무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 대머리의 경우 난소 호르몬 과다 분비, 남성 호르몬 작용이 있는 약의 복용이 원인일 수도 있다. 대머리는 일반인에 비해 동맥경화증에 걸리는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머리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대머리라면 경계해야 할 질환들이 있다는 것이다.

대머리 사이에 흔한 오해는 '잦은 빗질은 대머리 진행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인다면 그러나 그냥 두면 빠지게 돼 있는 휴지기 모발이 조금 일찍 빠지는 것뿐이다. 빗질의 횟수와는 상관 없다는 뜻이다.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대머리가 악화된다는 얘기도 있다. 샴푸나 린스의 사용 그 자체는 사실 대머리 증상과 무관하다.

그러나 샴푸의 화학성분이 고농도로 두피에 닿으면 탈모를 촉진하거나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모든 과용엔 부작용이 따르듯 샴푸도 과용할 것은 못 된다.

대머리는 유능하다는 믿기 어려운 편견도 있다. 영국의 처칠 총리,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 등 유명한 인물들 가운덴 유독 대머리가 많다는 것이 그 빈약한 근거다.

마치 유명한 문인들 중엔 술꾼이 많다는 이유로 술고래는 문학에 재능이 있다고 결론 내리는 식이다. 대머리약 관련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인구의 약 12%, 성인 남성의 20% 가량이 대머리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확률적으로 우리나라의 탁월한 인물 가운데 20%는 대머리이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당장 박태준 총리가 대머리다. 대머리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눈에 띌 뿐 대머리라서 유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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