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제대로 하자] 적자생존시대 대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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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기관의 무더기 도산이 예고되는 ´빅뱅´ 시대에는 변화만이 살 길이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관 스스로 정부 규제라는 온실에 안주하지 말고 ´거품을 빼고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자구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 짝짓기와 전문화=대학병원 산부인과 과장 출신 A씨(48) 는 최근 개인의원을 정리하고 산부인과 의사 3명을 규합, 공동개원을 준비 중이다.

A씨는 "혼자서 광범위한 여성질환을 모두 볼 수도 없고, 유지비용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 이라고 털어놓았다.

메디소프트 박인출 대표는 "의사 한명이 병원을 꾸려가는 ´1인 의원´ 시대가 한계에 부닥쳤다" 며 "의사들끼리 자본과 의료기술을 묶는 공동 개원이나 병원끼리 정보와 시설을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자신있는 분야를 특화하기도 한다. 종합병원이었던 대구 구병원은 외환위기 이후 성형외과.이비인후과는 없애고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를 강화해 수술전문병원으로 변신했다.

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은 "병원들도 백화점식 경영을 지양하고 경쟁력 없는 진료과는 인근 의원에 외주를 줘 비용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 제안했다. 기능에 맞는 만큼만 시설과 인력을 유지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높여나가는 전략이다.

대한약사회 신현창 사무총장은 "약국도 특기가 필요하다" 며 "미국의 드럭스토어처럼 기본 약품을 취급하는 판매전문이냐, 아니면 병원 처방전을 다루는 조제전문이냐를 빨리 선택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약국체인인 메디팜 이석홍 이사는 "소형약국의 경우 대형약국과의 연계를 통해 약품정보나 공급 상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 환자 중심 경영=김인출 메디컬네트워크 사장은 "의료기관이 환자 위에 군림하는 시대는 끝났다. 환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구성해야 살 수 있다" 고 강조한다.

한국의료컨설팅 박병상 이사는 "퇴원환자의 상태를 3일, 1주일 단위로 체크하는 애프터서비스 등 새로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많다" 고 말했다.

고객 중심의 또다른 핵심은 오진을 줄이고 치료 회복률을 높이는 일. 전문가들은 "질병별 표준치료 지침을 만드는 것은 물론, 의료사고의 전 과정을 추적.점검하는 질(質) 관리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고 지적한다.

◇ 생존 위한 인수.합병(M&A) =제약업계는 이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한화증권 황두현 연구원은 "의약분업이 정착되는 올 하반기엔 영세 제약사끼리 또는 국내외 제약사 간의 M&A가 다양하게 진행될 것" 이라고 진단했다.

제약협회 한희열 홍보실장은 "복사 약이 통하지 않게 된 의약분업 시대엔 영업 위주의 조직을 연구개발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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