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응급환자 5개병원 전전

중앙일보

입력

왼쪽 팔을 유리에 찔려 중상을 입은 환자가 의사들의 병원 폐업사태로 병원 다섯 곳을 전전하다 겨우 수술을 받는 사태가 생겼다. 부상 후 10시간 만에야 수술을 받았다.

부산에 사는 배종원(裵鍾源.37.중구 대청동) 씨는 20일 오전 4시쯤 집에서 친구 2명과 함께 사업 이야기를 하다 유리잔과 함께 넘어졌다.

이때 깨진 유리잔 파편에 왼쪽 팔꿈치를 깊숙이 찔렸다. 깊이 5㎝ 정도의 깊은 상처였다.

보호자로 동행했던 裵씨 친구 金모(37) 씨는 "출혈이 심해 환자가 쇼크상태인데다 호흡정지까지 일으켜 인공호흡을 두 차례나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고 말했다.

裵씨는 피를 줄줄 흘리며 친구의 도움으로 택시를 타고 부산시 동구 초량동 세일병원 응급실로 갔다.

그러나 병원측은 의사들의 태업탓인듯 "수술 인력이 없다" 며 피범벅이 된 裵씨를 문전박대했다.

다급해진 裵씨는 응급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연제구 연산동 부산의료원으로 달려갔으나 같은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裵씨는 세번째로 부산진구 개금동 백병원으로 갔다.

그러나 역시 "의사가 없다" 는 이유로 간단한 응급처치만 받은 뒤 앰뷸런스에 실려 오전 5시20분쯤 사상구 주례동 부산보훈병원으로 이송됐다.

보훈병원에서는 담당의사가 간단한 외과치료를 해줬다.

의사는 "환자가 원하면 수술을 해줄 수는 있지만 우리 장비로 수술해서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니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 고 권유했다.

裵씨는 신경과 혈관.인대 쪽의 손상이 심해 정밀수술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오전 9시10분쯤 메리놀병원으로 실려갔다.

메리놀병원측은 응급처치를 한 뒤 20일 오후 2시 裵씨의 인대 등을 연결하는 수술에 들어가 두 시간 만에 끝냈다.

메리놀병원 담당 의사는 "제때 수술을 하지 않으면 손 운동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큰 상처" 라며 "당장 이상이 없더라도 후유증이 올 수 있다" 고 말했다.

친구 黃모(37) 씨는 "처음에 메리놀병원 교환대에서는 접수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보훈병원에서 다시 전화를 하니까 받아줬다" 며 "피를 계속 흘리며 구조를 요청하는 응급환자를 병원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 때문에 어떻게 나몰라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고 비난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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