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폐업 첫날, 환자들 보건소로 몰려

중앙일보

입력

의사들이 집단폐업에 들어간 20일 서울대병원,신촌세브란스, 강남서울병원, 서울중앙병원 등 종합병원은 폐업사실이 알려진 탓인지 접수창구마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으나 각 구 보건소에는 환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특히 국.공립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이 폐업에 동참, 비상진료 체제에 차질이 빚어졌다.

◆ 대학 및 종합병원 =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 강남서울병원, 서울중앙병원 등 서울시내 대학 및 종합병원 등은 이날 `병원 폐업´ 사실이 충분히 알려진 탓인지 접수창구마다 대체로 한산했다.

그러나 각 병원들은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대부분 폐업에 참가,병원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진료인력이 모자라 `진료공백´상태가 빚어졌다.

서울대 병원의 경우 전체 의료진 1천100여명 중 전공의 700명과 전임의 150명이 파업에 들어가 평소 인력의 4분의 1도 채 안되는 교수진 250여명만이 진료를 전담하고 있다.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이날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수들도 23일부터 폐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내붙이고 사실상 폐업돌입을 선언한 상태.

이 병원 전공의 3백여명은 이날 오전 9시 한양대 동문회관 6층 대강당에서 `한양대 전공의 파업 선포식´을 갖고 폐업에 돌입했으며 오후 3시 연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서울.경기지역 전공의 총사직투쟁 선포식´에 참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폐업 사실이 널리 알려진 탓인지 이날 오전 병원 접수창구 등에는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오히려 한산한 모습이었다.

경희의료원은 외료진료의 경우 과에 따라 1명씩 두는 것을 제외하고는 일단 거부하기로 했으나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정상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병원 전문의들과 `인의협´ 소속 의사들은 정상 진료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정상적으로 진료를 하고있다.

이밖에 삼성서울병원, 서울중앙병원, 강남성모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 등에서는 일부 예약환자를 제외한 초진.재진 등 모든 진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현재 응급실만 소수인력으로 가동중이다.

◆ 국.공립병원 비상진료 차질 = 국립의료원은 전면 폐업에 돌입하지는 않았지만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150여명이 폐업에 동참, 의료인력이 평소 30%에 불과 한데다 환자가 평소보다 2-3배가량 늘어 비상진료체제에 차질을 빚고있다.

이 병원 황정연(48) 응급의학과장은 "응급실에 공중보건의 10명을 긴급투입했고, 전문의 75명 전원을 비상대기토록 했다"며 "하지만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만큼 파업이 길어질수록 진료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훈병원의 경우도 국가유공자 및 가족들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진료를 진행 중이나 일반환자들에 대해서는 진료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 7시께 전공의 115명이 모두 빠져나가 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병원의 경우에도 전공의 110명이 폐업에 참가하고 과장급들이 진료를 맡고 있으며 경찰병원도 정상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지만 전공의들이 폐업 참가 여부를 놓고 회의를 하고 있어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 보건소 = 병.의원들의 집단폐업 여파로 시내 각 지역의 보건소에는 이날부터 24시간 비상진료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몰려드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일부 환자들은 보건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강남구 보건소에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 평소보다 2배 이상인 50여명의 환자들이 몰려 시장통을 방불케했으며 동대문구 보건소에도 내과의 경우 평소 하루 평균 200여명이 진료를 받았으나 이날은 오전부터 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이날 하룻동안 400여명이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도봉구 보건소 약사 강성심(32.여) 씨는 "동네 소아과가 문을 닫아서 소아과 환자들이 특히 많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구청에서는 보건소에 환자들이 몰려들자 민원업무를 돕기 위해 공익요원이나 직원을 파견,지원하기도 했다.

◆ 동네의원 = 서울 용산구 갈월동 H의원, 청파동 H내과.소아과, D의원 등 용산구 일대 동네 의원 대부분은 이날 오전부터 셔터문을 아예 내린채 진료를 하지 않았고, 파업소식이 알려진 탓인지 찾는 환자들도 없었다.

서울 중구 중림동의 소아과 전문병원인 `소아아동병원´은 전문의와 전공의 25명전원이 이날 오전 6시부터 병원을 빠져 나갔고, 전문의들도 진료를 하지 않아 원장,부원장 2명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 응급실을 지켰다.

장염에 걸린 두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오선미(30.여.서울 관악구 신림동) 씨는 진료시간이 지체되자 "의사들이 생명을 담보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며 분개했다.(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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