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폐업 사법처리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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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앞으로 닥쳐온 사상 초유의 의료계 집단폐업에 대해 검찰이 강경처리 방침을 세웠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을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가능한 모든 법 조항을 동원해 불법의 여지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집단폐업을 주도하고 있는 의사협회 및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지도부는 독점규제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어기고 집단폐업에 동참하는 의사들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엄중 처벌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들을 어떻게 사법처리할지 각론에 들어가면 상황이 만만치않아 검찰을 고심하게 하고 있다.

의료계 지도부가 이번 사태를 앞두고 이미 고도의 법률자문을 받아 법망을 빠져 나갈 길을 열어 놓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의원별로 준비한 폐업신고서에 의사협회 지도부로부터 어떤 강요도 받지 않았다는 `확약서´를 붙였다는데 아마 공정거래법상 `사업자 단체의 부당한 사업활동 제한 금지´ 조항에서 빠져 나가기 위한 것 같다"며 "`눈가리고 아웅´격이지만 법적으로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집단휴진과 관련, 공정위에 의해 고발돼 지난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김재정 회장 등 의협 지도부는 "자발적인 휴진일 뿐 강요한 적이 없다"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데 이어 지난 주말부터는 일절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또 의협.의쟁투 지도부는 폐업과 관련된 공문 등 어떤 형태의 문서도 보내지 않아 사법처리의 증거를 확보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검찰은 집단폐업이 몰고 올 사태의 심각성과 국민적 공분을 고려할 때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미 의쟁투 중앙위원 등 의료계 핵심 지도부 30여명을 1차 사법처리 대상자로 가려내고 이들 중 일부는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폐업에 동참하는 개별의원이나 전공의들 역시 엄정 처벌한다는 원칙은 마찬가지다.

환자 진료에 중대한 차질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업무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3년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조항에 따라 굳이 해당 지자체의 고발 조치가 없더라도 직접 인지 수사를 통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국 1만8천여 동네의원중 절반만 폐업에 동참하더라도 그 수가 1만곳에 육박해 현실적으로 이들을 전원 입건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따라서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의 사법처리 수위에 대해 의료계 핵심 지도부중 일부를 구속수사하고, 나머지 지도부와 폐업의 파급효과가 큰 중.대형 병.의원 개설자는 입건후 사법처리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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