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혈압약은 머리가 아플 때 복용한다?

중앙일보

입력

97년 우리나라의 사망통계율을 보면 고혈압성질환.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등 순환기계통의 질환이 사망원인의 으뜸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의 최근 10년간의 사망원인 통계를 참조하면 심근 경색 등의허혈성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율은 10년간 두 배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경향은 노령인구의 증가외에, 흡연, 스트레스, 잘못된 식생활과 운동부족 같은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심장병이나 뇌혈관 질환 발병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인 고혈압을 원인의 하나로 지목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한국의 성인들은 고혈압이라는 질환에 대한 관심과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바쁜 생활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의사와의 적절한 상의 없이 자가 진단이나 자가 투약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에 대한 자가진단의 기준으로 흔히 사용되는 증세로 두통이 있다. 일반인들은 물론 고혈압 환자도 두통을 고혈압의 특이 증세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혈압을 진단받고 병원에 다니는 환자 중에는 두통이 없어지면 처방받은 항고혈압 약물을 안 먹다가 두통이 생길 때만 항고혈압 약을 먹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또한 스스로 혈압이 높다고 믿고 있는 일반인도 가끔 두통을 느낄 때마다 약국등에서 약을 구하여 이틀 정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잘못된 행동의 원인으로는 두통이 고혈압의 증세라는 잘못된 믿음과, 혈압약은 증세가 있을 때만 복용하면 된다는 잘못된 상식을 지적할 수 있다.

먼저 두통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하여 예기해 보기로 하자. 일반인들은 모든 병에는 반드시 일치되는 증세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기 몸에 나타나는 증세를 가지고 섣불리 병이 있다고 믿기 쉽다. 그러나 상당수의 질병은 아무 증세 없이도 심각한 정도까지 진행할 수 있으며 개개인의 차이에 따라 같은 정도의 질병이라도 증세가 다를 수 있다. 특히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나 자기가 진단 받은 병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사람은 그 질병과는 무관한 증세를 그 질병 때문이라고 믿거나, 보통 사람이라면 모르고 지나칠 정도의 경미한 증세까지도 심각하게 느끼고 의사나 주변 사람에게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고혈압이라는 질환도 서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진단 당시까지 대부분의 환자에서 아무런 증세가 없게 마련인데도, 고혈압에 대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지닌 일부 사람들은 두통을 더욱 심하게 느끼고 오랫동안 지속하여 느끼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일부 환자에서는 중증의 고혈압이나 고혈압으로 인한 뇌혈관 질환의 발생으로 인한 갑작스런 두통의 출현이 가끔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나 정상인 모두에서 두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불안감이나 피로 등이며 특히 뒷목이 땅기는 증세는 정신적, 육체적 긴장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되어있다. 물론 소수의 사람에서는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편두통 등의질환이 있으나 이 역시 고혈압과는 무관하다. 어떤 경우에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하면 당연히 평소보다 높은 결과가 나오게되며 이 사실이 불안감을 더욱 유발하여 두통과 같은 증세를 더욱 심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혈압을 측정할 경우에는 안정된 심리상태에서 10분 정도 앉은 자세로 휴식한 뒤에 두 번 정도 시행하여야 하며, 이렇게 측정한 혈압일지라도 평소 혈압보다 약간 높은(이완기 혈압기준으로 10내지 15mmHg 정도) 경우에는 자가로 혈압약을 복용하기보다는 한두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물론 안정 상태에서 측정하는 혈압이 이삼일 동안 계속하여 평소 혈압보다 높거나 한번 측정한 혈압이라도 수축기 혈압 160 이완기 혈압 100mmHg 이상인 경우는 빠른 시일 내에 의사의 진찰을 받고서 약물의 투여나 투여량의 증가를 결정하는 것이좋다.

다음으로 얘기할 내용은 자가 진단 하에 임의로 항고혈압 약물을 복용하거나 처방받은 항고혈압 약물이라도 임의로 중단과 복용을 계속하는 것은 우리 몸에 해롭다는 사실이다. 특히 두통을 느낄 때에만 한두 번 항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것은 고혈압의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만일 그 혈압 약이 과도하게 일시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경우에는 우리 몸의 중요기관인 뇌와 심장에 갑자기 혈액공급이 감소하여 손상이 초래될 수 있기때문이다. 또한 갑작스런 두통과 더불아 어지러움증, 구토증, 또는 시력의이상과 의식 소실이 동반되는 경우는 고혈압의 합병증이 의심되므로 응급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하며, 측정한 혈압이 180/110mmHg 이상인 경우는 더욱 응급진료가 필요하며 자가 약물 투여는 금하여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두통을 느끼더라도 그 원인인 고혈압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두통과 더불어 측정된 혈압이 과도하게 높거나두통과 더불어 구토증이나 시력이상 및 의식의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응급진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아야 겠다.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에 대한 관심과 시간적 경제적 투자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한국의 의료체계는 양질의 진료에 접근하기 어렵고, 과잉 의료 정보 속에서 개인의 건강관리는 자가진단이나 사이비 진료에 맡겨지기 쉬운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