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맴도는 한전 군살 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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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년여를 끌어온 한전의 조직개편 작업이 변죽만을 울린 채 유야 무야로 끝날 것 같다.
동자부는 이 달말 한전 측의 자체 개편 안이 나오는 대로 조직활성화 및 감량에 초점을 맞췄던 한전개편 작업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개선 여부에 대해서는 뒷짐만 지고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24개 부의 통폐합, 계열공고 및 법원매각 등과 함께 집행간부증원 (부사장1명· 전무2명), 6개 부 보강을 골자로 한 한전자율시안이 내부의견수렴과정에서 어떻게 판가름 날지가 관심거리다.
3만여 명의 직원에 전국1백20개 지사 망 (지점포함)을 거느리고 연간 6조8천억 원의 예산 (88년 전기판매수입 4조7천억 원)을 집행하는 최대 국영기업인한전의 체중 줄이기는 이미 너무 커버린 비대 조직에 대한 정부영향력의 한계에다 한전내부의 「밥그릇」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처음부터 지난한 작업으로 예상됐던 일.
독점사업체인 한전의 경영합리화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근본대책의 하나로 수차 제기돼온 발전, 송· 배전 사업의 분리·상호견제 론이 전혀 배제되고 이해당사자인 한전에 작업을 일임하게된 배경이라든가 처장급 (2급) 을 팀장으로 구성된 조직개선 반이 사내에서 압력과 반대로비에 시달렸다는 에피소드는 그러한 어려움의 일단을 말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한전개편논의는 연8백 명 내외의 계속적인 증원과 기구확장에 지난 87년 정부측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시작된 것.
그러나 그 규모의 방대함만을 두고 제기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그 당위성이 설득력을 갖고있다.
한마디로 한전조직 내 손발이 갈 맞지 않는데서 오는 업무의 비능률과 그로 인한 예산낭비 요인이 문제의 핵심이다.
예컨대 과중하게 사장 한 명에게 집중된 경직적인 중앙집권화의 결과 모발전소건설의 경우 일부기자재 선택에 1년을 끌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또 인사처와 인력개발처, 기획처와 경영정보처·관리본부관리처 등과 같이 비슷비슷하게 중복·세분화된 업무조직의 통합재편문제와 대부분 현장보다는 책상근무자인 4급 (과장)이상 간부직원이 5천7백43명 (5월말, 올 들어 2백7명 증)에 이르고 있는 상층부의 이상비대화도 조직효율화 측면에서 주요문체로 부각돼있는 상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시늉만의 군살빼기에 상층부보강으로 요약되는 한전의 자율시안은 전혀 관점에서 빗나갔을 뿐 아니다 『곪은 부위를 덮어둔 데 불과하다』 는 지적이다.
동자부는 당초 ▲한전사장의 권한을 대폭 위임하고 ▲사업부제 도입을 통한 내부경쟁을 유도하며 ▲중복 부서를 통폐합 조정한다는 방향을 잡았으나 현재로서는 그 관철여부에 대해 미온적 자세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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