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자회담 복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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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3회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준비하던 도중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에서 넷째)이 잠시 자리를 뜨고 있다. 오른쪽 끝부터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 림족성 브루나이 외무장관, 백남순 북한 외무상, 라이스 국무장관, 모르셰드 칸 방글라데시 외무장관,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 [쿠알라룸푸르 로이터=연합뉴스]

북한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10개국 외무장관 회동이 이뤄졌다. 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호주.캐나다.뉴질랜드.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28일 오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고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1시간10분 동안 회담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주재로 진행된 이 모임에서 각국 장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심각한 국제사회의 안보 위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ARF는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지역의 평화.안정에 저해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 성명을 회원국에 배포했다. 성명 초안엔 북한에 도발적 행위의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등의 강경한 표현이 들어 있었으나 최종 문안에선 대부분 삭제됐다. 북한은 앞서 "부당한 성명이 나오면 ARF에 (회원국으로) 남아 있을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스 장관은 10자 회동에서 "10자 회동이 6자회담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북 금융 조치는 벌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담 관계자가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와 함께 "한반도가 통일될 때에 대비해 대화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말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장관은 회동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대화의 창을 열어놓는 두 갈래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도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10자 회동에 지각까지 하면서 백남순 북한 외무상에게 6자 외무장관 회동 참여를 권유했으나 설득에 실패했다. 백 외무상은 ARF 회의장에서 "미사일 발사는 정당한 주권의 행사이자 통상적 군사훈련"이라며 "제재 모자를 쓰고는 6자회담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백 외무상은 반기문 장관의 남북 외무장관회담 제의도 거절했다.

10자 회동에 앞서 이뤄진 반 장관과 라이스 장관의 25분간의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두 장관은 북한 문제를 동북아 평화.안정이라는 큰 틀에서 보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회의장에서 북한의 백 외무상을 만났으나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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