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교역 "시작이 반"|대북한 경제개방 1년의 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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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북한간 경제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대북한 경제개방조치를 발표한지 7일로 1년이 된다.
그러나 1년전 들뜬 분위기는 간곳 없고 과열조짐까지 보였던 종합상사들의 북한물품 반입경쟁도 거의 중단된 상태다.
업계는 교역관계를 튼다는 측면에서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지금은 들여올 품목도 거의 없고 몇몇 품목을 제외하고는 경제성도 떨어져 당분간은 반입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1년간 교역규모도 당초 예상(1억 달러)과 큰 격차가 있는 1천7백68만8천 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상공부에 따르면 금년 8월말까지 남북한간에는 총56개 품목의 교역이 이루어졌으나 북한에 반출한 것은 점퍼 1개 품목 뿐이고 나머지 55개 품목은 모두 북한으로부터 반입한 것이다.
반입된 물자는 무연탄·전기동·아연괴 등 원자재에서부터 냉동명태·명란젓·도자기·인삼주·금강맥주·대성소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업계는 이들중 전기동·아연괴 등 일부 원자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인삼주·대성맥주 등 술 종류가 실향민들의 향수용으로 큰 호응을 얻었으나 상품질이 국내 것보다 한수 아래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남북경제교류는 단순히 상품의 상호교환이라는 성질로만 파악할 수는 없다.
비록 1년전 상황과 비교하면 열기가 냉각된 것은 사실이나 지난 1년간 이루어진 남북교역의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남북 양측은 상품이란 매개체를 이용, 상호교류의 계기를 텄고 현재는 중단상태에 있지만 금강산 개발, 시베리아 합작개발, 경원선 복구문제, 상호항구개방문제 등을 호혜적인 입장에서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또 지난 1년 동안 정주영씨 등 우리측 경제계 인사들이 북한을 다녀왔고 스위스에서는 조순 부총리와 북한의 채희정 합영공업부부장(장관)이 회동했고 2월1일에는 북한산 무연탄이 남포항에서 인천항으로 직도입되는 등 남북직항로 개설에 성공했다.
따라서 문익환 목사 방북사건 후 정부가 남북한간 경제협력교류 특별법을 강화했고 효성물산에서 들여온 무연탄이 괴탄이 아니라 분탄이라는 등 품질시비가 일어 남북교역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나 장래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상공부는 데탕트 분위기의 확산과 동구 국가들의 개혁 움직임, 북한 내부의 대외개방 필요성 증대 등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는 남북교역이 지속적으로 증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남북한간에는 그동안 경제회담 등을 통해 논의된 결제통화·수송·품목 선정 등 16개 항목 중 교역량의 규모 등 3개 항목에 원칙적인 의견접근을, 결제통화를 스위스 프랑으로 하는 등 4개 항목에 합의를 이룩, 남북경제교류의 장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경제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남한이 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하며 특히 북한이 외부에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와 규모에 한계가 있는 점을 감안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련과학아카데미의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남한이 북한으로부터 석탄·광물·선철·수산물 등을 수입하려하나 이들 물품들은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 무역하는데에도 필요한 것들이고 생산능력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 향후 10년간 북한의 대남한수출액은 10억 달러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따라서 남북한간 경제교류는 상호보완이 가능한 산업의 합작에서부터 출발하면 경제교류의 폭과 가능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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