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는 왜 민정에 등을 돌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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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화당이 정호용 의원의 공직 사퇴요구에 동참키로 함으로써 야3당 총무들은 6일 회담에서 정호용 의원 공직사퇴를 요구하는 등 5공 청산에 단일보조를 취했다.
공화당은 6일 당직자회의에서 『5공 청산문제를 연내에 마무리 짓기 위해선 정 의원의 공직 사퇴요구에 동참하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의에선 이와 함께 이원조 의원 공직 사퇴요구도 평민·민주당에 동조키로 했으며 전·최씨의 국회증언과 핵심인사처리의 순서문제에 있어서도 평민·민주당이 선 증언을 강력히 요구하면 이에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의 3김 회담에선 가을정국의 최대 현안이 될 5공 청산문제와 관련, ▲전씨의 국회 공개증언 실현 ▲정호용·이원조 의원·이희성 씨 공직사퇴라는 야당의 단일카드가 마련될 것이 확실시된다.
야3당이 5공 청산과 관련해 강력한 공조체제를 갖추게 됨에 따라 여권은 공안정국 이후 다시 심각한 궁지에 몰리게 됐다.
민정당 측은 정기국회에서 공화당과의 정책연합을 통해 평민·민주당의 5공 청산 공세에 대처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정당 측은 여당체질인 공화당이 평민·민주와 합작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며 특히 평민당에 대한 김종필 총재의 시각이 대단히 소극적이기 때문에 야3당 공조회복은 불가능하다 는 판단이었다.
민정당은 박준규 대표가 나서 김종필 총재와 바둑회동을 자주 갖는 등 대화통로를 유지함으로써 공화당이 야당 공조권 안으로 횹인돼 가는 것을 차단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민정당의 의도가 좌절된 것이다.
공화당은 당초 『자연인 거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씨 사퇴에 반대해왔고 7·10 노태우-김종필 청와대 회담 후엔 『5공 청산의 차선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전씨 증언은 실현하되 정 의원 문제는 국회고발로 끝내자는 방안을 놓고 평민·민주당과의 개별총재회담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지난 5일을 기점으로 공화당은 이 같은 5공 차선책 방침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공화당은 5일 당직자회의 후 김용채 총무가 『5공 청산의 차선책은 그 동안 평민·민주당 측에서 회담을 거부함으로써 이제는 더 이상 거론치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태도변경의 이유로 그 동안 여권의 5공 청산문제에 대한 결단을 요구해 왔으나 의지가 보이지 않자 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선 야당 단일 안으로 여권에 대한 청산 압력을 가중시키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제껏 보수와 안정을 외치며 차선책을 강조해온 김종필 총재가 이같이 입장을 바꾼 데는 보다 복잡한 배경이 깔려있다.
공화당은 영등포을 재선거에서 참패한 것이 야당성 부족 때문이라는 당내 소장파의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7·10 청와대 회담에서 거론된 것으로 앝려진 민정당과의 노선합작도 그 뒤 민정당 측의 냉담한 태도로 실망과 함께 불만감만 쌓이게 됐다.
김 총재가 최근까지 당원단합대회 등에서 『노 대통령은 말만 그럴듯하게 하지 결심이 없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등의 불만을 표시해온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있다.
공화당은 영등포을 재선거 참패 후 당의 입지가 현격히 축소된 데다 또다시 김 총재의 차선책 모색주장이 두 야당에 의해 거부됨으로써 여권을 위해 총대를 매려다 망신만 당한 난처한 골이 된 것이다.
거기다가 평민당이 『공화당은 지난번 3김 회담 합의를 깼다』며 『야당이기를 포기한 정당』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자 공화당은 민정당과의 합작도, 야당으로서의 복귀도 어려운 진퇴유곡의 처지에 이르렀다.
김종필 총재가 지난달 4일 이후 당 공식회의에 불참해온 것도 친 여와 .야당성 회복사이의 노선설정에 대한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종필 총재는 박준규 대표 등을 통해 노 대통령의 의중을 탐색하려 했었고 정호용 의원과도 만나 5공 청산의 방법에 대한 의중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김 총재는 더 이상 민정당과 연합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그는 골프장회동 직후인 지난 4일 한달 만에 당직자회의에 참석, 『공화당은 야3당 총재회담합의를 깬 일이 없다』면서 『5공 핵심인사 처리가 문제되는 것 같으나 평민당이 그에 대한 안이 있다면 들어보도록 하라』고 공개적 지시를 내림으로써 야당공조 복귀를 선언했다.
공화당은 민정당과 연합하는 대신 최소한 가을 정국에서는 민주당과 손잡고 「야당내의 소 보수연합」을 통해 활로를 찾기로 한 셈이다.
이는 김종필 총재의 조력을 얻어 김대중 총재를 견제하고자하는 김영삼 총재의 의중과도 맞아떨어지는 구도다.
이런 김영삼·김종필 합작에 대해 김대중 총재가 불평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김종필 총재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감추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3김 총재 모두 3김 공조의 이해에는 일치하고 있어 5공 청산이라는 목전의 목표를 향해 단기합작을 하는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3김의 합작은 19일의 회담에 앞서 18일의 박재규 의원 체포 동의안 처리 등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노 정부와 민정당으로서는 자칫하면 뼈아픈 일격을 당할 가능성도 많은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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