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중요성 이식 안돼 있다-경과위서 들춰진 주요쟁점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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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과학기술처와 산하 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국회경제과학위의 국정감사는 지난해 지적 사항에 대한 확인감사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과 함께 이제는 출연연구기관에 대한감사도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이번 감사의 주요 쟁점부분과 문제점들을 알아본다.
◇화학연구소의 모험연구투자 실패=화학연구소가 새로운 공법에 의한 실리콘 단결정 제조기술 개발을 위해 83년 미국연구기관인 ACT사를 통해 모험연구회사인 엠코실사에 3백만 달러를 투자, 사업에 착수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87년 연구가 실패로 끝났다. 이에 대해 황병태 의원 (민주)은 『동기나 의욕은 좋았는지 몰라도 사후관리 잘 못으로 국고손실을 끼친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채영복 소장은 『모험기업의 특성상 투자비의 회수가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고 『그러나 이 연구를 통해 국제적 경쟁연구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답변했다. 채 소장은 『이 기술이 한국에 꼭 필요한 만큼 다른 회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서라도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개발품의 도청장비 이용=강금식 의원(평민) 이 전자통신연구소가 개발한 모뎀이 도청장치로 이용되고 있다고 과기처의 국감에서 제기한 이후 이번 국감 최대 이슈의 하나가 됐다. 통칭 「블랙박스사건」이라 불리는 이 문제는 경과위와 교체위를 오가며 많은 추궁끝에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도청에 대한 의혹은 아직 남아 있다.
경상현 소장은 이 연구는 『비품성 통신의 통화량을 파악함으로써 국제간 통신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비공개회의를 통해서도 의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못했으며 의원들도 전문 지식과 사전조사의 부족으로 답변내용을 반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광원전 3, 4호기의 안전성 대책=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기관(INEL)의 영광원전 안전여부의 검토보고서에 대해 미 NRC(원자력 규제위원회)가 다시 검토를 가했는지 밝히는 의견서가 있어야 한다고 황병태 의원이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 에너지 연구소 측은 영광 3, 4호기의 안전해석은 국내 원자력법이나 미국의 해당 규제요건을 충족시키고 있으며 NRC의 전문가가 검토한 바 있으므로 안전성 저해 요인은 없다고 답변했다.
◇문제점=이번 경과위의 연구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 대해 과학자들은 연구소 책임자와 간부연구원들에게 강압적인 자세로 인신 공격성 추궁을 하기보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차분히 추궁해 들어가는 것이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일부 연구원들은 『연구소감사는 일반 행정부처의 감사와는 그 성격이 달라야 하며,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의발전을 위해 함께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내년부터는 개별·전문 연구소감사보다 과기처에서 일괄적 감사를 받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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