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운영방법 싸고 해묵은 입씨름 되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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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종문화회관의 기능과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지난달 17∼18일 패티김이 대중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인 리사이틀을 가진 직후 세종문화회관 운영자문위원 박용구·김성태씨가 사퇴성명을 발표한 것이 이같은 논란의 계기가 됐다.
이들 두 위원은 지난 78년 개관이래 지켜온 순수예술공연장으로서의 전통이 깨진데 대해 유감을 표하고 『진실로 서울시민이 유행가수를 원한다면 대중음악을 위한 새로운 공연장 건립을 서울시에 요구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종문화회관측은 「보통시민들」이 원하는 대중가요를 위한 정식공연장이 전혀 없어 불가피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선례때문에 다른 연예인들의 개인리사이틀을 막을 명분이 없어 상업적 대중문화에 밀려 순수공연예술이 위축돼 있는 문화계의 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되리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오는 17∼18일엔 이미자씨의 가요30년 기념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이같은 우려를 감안해 세종문화회관측은 대중가수에 대한 대관원칙을 마련, 대중가수의 개인공연은 연간 1∼2회만 허용하며 가수 선발은 예총산하 한국연예협회에 일임키로 했다.
한편 연예협회는 『권위주의적 예술정책과 순수예술을 표방한 전근대적 사고방식에 젖은 망상』이라고 박·김씨에 반발하고 두 사람의 사죄 등 5일까지 마땅한 조치가 없을 경우 전 연예인이 총궐기하겠다고 나섰다.
순수·대중예술을 놓고 입씨름이 일고 있지만 사실 세종문화회관은 지금까지 순수공연예술을 활성화시키는데도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시장이 임명하는 관장의 재임기간은 개관이래 평균 1년정도로 공연예술과는 거의 관계없는 공무원들이 후속보직인 구청장이 될 때까지 철새처럼 대기하다 떠나는 실정이었다.
때문에 산하의 「장기집권」단체장들의 전횡이 심해 대개의 공연들이 단체장들의 개인적 이해 및 친분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소리도 있다.
지난 84년부터 A산하단체를 이끌어온 P단장은 지금까지 11회에 걸쳐 공연한 7개 작품 가운데 5개 작품의 극본과 연출을 자신이 직접 맡았다.
그런데 지난해 공연에서 약 4천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채운 관람객은 1회 평균 1천5백∼ 2천7백명으로 이중 유료관객수는 고작 6백여명이었다.
B산하단체의 K단장은 85년 창단이래 거의 외국 작곡가의 작품만 공연하면서 주요 스태프도 외국인 일색으로 기용해왔다.
이 단체의 지난 6월 공연 경우 1회평균 관람객수가 1천1백50명미만으로 객석점유율은 약30%, 그나마 거의 초대손님으로 유료관객수는 평균 9명이었다.
공연실적에 비해 세종문화회관 산하 8개 공연단체의 올해 인건비 및 공연비 예산은 약 33억5천만원, 공연수입은 1억3천만원 남짓으로 공연수입은 전체예산의 3.5%수준이다. 그나마 공연장 및 연습실 사용료 등이 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엄청난 예산낭비가 그대로 방치되어 왔는지 놀라울 정도다.
따라서 단체장의 임기제와 공연활동에 대한 평가제를 도입하고 관장은 문화예술 전문가, 사무국장은 행정관료를 각각 임명해 산하 단체장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견제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해묵은 논란이 또 한 차례 되풀이 되고 있다.<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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